수소전기차는 수소와 산소의 결합을 통해 전기를 직접 발전하여 구동되는데 산소는 공기 중에 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수소는 전체 대기 중에 100만분의 1정도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체 상태의 수소를 700bar의 고압으로 압축하여 수소 탱크에 저장하여 공급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 수소전기차 넥쏘의 하부 모습 ]
총 3개의 수소탱크가 탑재되어 있다.

수소전기차의 경우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넥쏘나 도요타 미라이 같은 차량은 최대 700bar로 충전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의미는 차에 탑재된 수소 탱크가 700bar의 압력으로 수소를 충전 및 저장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인 것이다. 만약 수소 충전소의 충전 압력이 350bar까지만 지원된다면 밀어 넣을 수 있는 압력이 약해서 똑같은 수소 탱크에 50%의 수소만 채워 넣을 수 있다.

수소충전소 충전 압력에 따라 수소 탱크내 저장할 수 있는 최대 수소양에 차이가 생긴다.

서울에는 상암동과 양재동 2곳에 수소 충전소가 있는데 상암동의 수소 충전소는 현재 350bar 충전만 지원 가능하고 양재동은 700bar까지가 가능하다. 즉 상암동 충전소에서 아무리 충전을 해도 원래 넥쏘에 충전할 수 있는 최대 수소량의 50%까지만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참고로 상암동 충전소도 700bar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수소 충전소
현대자동차 그린 에너지 스테이션

필자가 시승차 충전을 위해 방문한 곳은 양재동에 위치한 수소 충전소로 원래 현대차에서 연구 시설로 인가를 받은 충전소였으나 작년부터 수소차에 대한 민간인 보급이 시작되면서 일반인도 방문하여 충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수소 충전은 현재까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의거하여 해당 충전소에 고용된 사람만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다고 하고 가스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만이 안전관리책임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누구나 직접 오퍼레이션이 가능한 배터리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와는 방향성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이 수소 충전기에 연결된 모습

수소 충전기를 조작하고 차량에 충전 커넥터를 체결하는 등의 모든 프로세스는 현장 관리자에 의해 진행되어야 되어서 필자의 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실내에서 나온 현장 관리자에게 충전을 의뢰하였다. 필자의 시승 차량이 도착했을 때 잔여 주행 거리는 268키로미터이고 게이지상 40%정도의 눈금을 보이고 있었다.

 

도착 당시 잔여 주행거리 및 연료 게이지

충전기에는 위 사진처럼 현재 충전 압력이 아날로그 게이지와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모두 표시되고 있다.

40%정도의 잔량에서 시작하여 충전이 종료될때까지 걸린 시간은 7분여 정도로 언론에 홍보된 “5분 충전에 600km 주행”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로 완충된 후에 차량에 탑승해서 게이지를 확인해 보니 100%까지 충전이 되어 있지 않았고 90%정도만 채워져 있었다.

완충 후 주행거리는 540km, 연료 게이지는 100%를 다 채우지 못하였다.

아마도 수소 충전소에서 밀어 넣는 압력이 700bar까지 충분히 올라가지 못하였거나 차량에서 안전을 위해 기압이 700bar에 가까워지면 충전을 멈추도록 요청하거나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전기차는 배터리의 전압을 측정하며 충전량을 파악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계산과 제어가 가능한데 기체를 압력값을 기준으로 충전을 하다 보니 충전 제어에 있어서 정밀함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양재동 수소 스테이션은 하루 20대의 승용 수소전기차만 충전할 수 있다고 하고 한 대 충전이 끝나면 다음 차량이 바로 충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충전소의 수소 압력을 다시 높이기 위해 대기 시간이 존재하는 등 한번에 여러 대의 차량이 몰릴 경우 수소 충전이 배터리 전기차의 충전 속도보다 빠르다고만 할 수는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미 전국에 그물망처럼 전력 인프라망이 설치되어 전국 어디서든 전기선만 따오면 배터리 전기차를 위한 충전소를 구축할 수 있고 배터리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km가 넘는 이 시점에 전국에 10곳에 불과한 공공 수소 충전소만 존재하는 이 시점에 과연 수소전기차를 타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이 드는 부분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똑 같은 생각이었으나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하려는 진영에 대한 빅 피쳐(Big Picture)를 잠깐 들여다보게 된다면 그들이 왜 그렇게 수소전기차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 에너지는 발전소에서 발전이 되는 즉시 송전선을 통해 각 지역에 전달이 된다. 즉 발전소에서 발전된 전기 에너지는 대부분 저장하지 못하고 즉시 사용해야 하는 것이고 사용하지 못한 전기 에너지는 소멸된다. 따라서 전력 공급을 운영하는 주체는 해당 발전소가 커버하는 지역의 전기 사용량을 체크하여 해당 시점의 발전량을 조절하여 공급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 낮과 밤에 그 발전량을 다르게 계획하여 운영하지 않으면 쓸데없이 더 많은 전기를 발전하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풍력이나 태양광처럼 신재생 에너지의 치명적인 단점은 전기 에너지의 발전량이나 발전 시점을 인간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다. 풍력 발전은 바람이 불 때만 발전이 되고, 태양광 발전은 햇빛이 강한 낮에만 발전이 많이 된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필요한 시점에 충분한 양의 전기를 공급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에너지 저장 장치인 ESS(Energy Storage System)이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를 담아 둘 수 있는 장치는 배터리이다. 불필요할 때 자연을 통해 발전된 전기를 저장 장치에 담아 두었다가 필요한 시점에 공급하는 것인데 마치 비가 많이 올 때 저수지에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비가 안 오는 시기에 저수지에 물을 밭이나 논에 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대용량의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배터리가 신재생 에너지와 결합되어 사용되어야 한다. 이는 지하광물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지하 자원이 필요하고 사용된 후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 또한 골치거리가 된다. 최근에는 ESS 시스템의 제어 문제로 폭발이나 화재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비용적인 면에서도 고비용 구조가 되는 문제가 있다.

최근 호주에서는 이런 신재생 에너지의 저장매체로 배터리가 아닌 수소 에너지를 주목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수소의 생산 및 수송에 대한 개념도
(출처 : abc.net.au, 이미지를 한글화 하였음)

호주 정부는 광활한 대자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하여 생산되는 신재생 에너지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호주에서 발전된 전기를 실시간으로 다른 국가로 송전하는 것은 다른 국가와 육로로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불가능 했었다.

최근 호주 연방과학기술원(CSIRO)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에너지를 통해 발전된 전기로 해수에서 공급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얻고, 공기 중에서는 질소를 분리시켜 얻은 후, 두 기체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합성시키는 방법으로 신재생 에너지의 획기적인 저장 및 운송 방법을 개발해 냈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달리 섭씨 영하 33도 이하를 유지하면 액체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합성된 암모니아를 액체 상태로 저장 및 운송하기가 용이하다. (참고로 수소는 액체로 만들려면 영하 253도까지 냉각해야 한다. ) 또한 암모니아는 수소와 달리 밀도가 높아 폭발 위험이 없기 때문에 수송 도중 사고 위험성이 적다.

이렇게 액체 형태의 암모니아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매체가 되고 필요한 곳에 가서는 이 암모니아를 다시 질소와 수소로 분리하면 되는데, 최근에 이 분야에 있어서도 많은 에너지 손실 없이 수소를 다시 추출해 내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은 호주의 에너지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되었지만 사실 한국에서도 이 기술을 국내 신재생 에너지의 저장 및 운송 방법으로 충분히 도입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20년 후 미래에 자동차는 과연 어떤 연료를 사용하고 있을 것인가? 필자는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그리고 이 두가지 기술이 결합된 수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모두 공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배터리 전기차는 더 빠른 충전 속도와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을 갖춰 나가면서 승용전기차 시장의 대부분을 가져갈 것이다. 다만 충전을 위해 실시간으로 발전된 전기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하는 부분에 있어 전국의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되었을 경우 충전 전력에 대한 수요 피크치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이 시점에도 여전히 전기 발전의 많은 부분이 화석 연료나 원자력으로 발전되고 있고 전기차 충전을 위해 더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면 더 이상 전기차를 친환경차라고 말할 수 없는 세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소전기차의 경우 트럭이나 버스 등 대형 차량에 더 많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전기차로 대형 차량을 제조할 경우 같은 거리를 가기 위해서는 승용 전기차에 비해 더 많은 배터리가 탑재되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제조 비용과 가뜩이나 화물이나 많은 인원을 태워서 무거운 차량에 더 많은 무게 부담을 주게 되므로 획기적인 배터리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수소전기차가 대형 차량의 친환경화를 담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수소전기차는 배터리 전기차보다 더 친환경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석유정제공정에서 발생한 부생수소가 대부분이고 이는 어떻게 보면 부수적으로 발생한 것이라 이를 재활용하는 것이라 훨씬 친환경적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석유정제를 하는 것 자체가 화석연료 산업과 연결고리가 있는 점은 사실이다.) 이렇게 얻어진 국내 연간 수소생산량은 수소전기차 2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의 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추가로 부족한 수소는 위에 소개한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생산한다면 배터리 전기차 보다 탄소배출량이 훨씬 적은 진정한 친환경 전기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해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해안 인접 지역에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시설을 갖추고 이를 통해 수소 에너지의 저장 및 운송 시스템을 갖춘다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희귀 광물도 없고,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30프로나 되는 자원 부족 국가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운송 수단에 연료로 바로 적용할 수 있어 배터리 전기차보다 더 친환경적인 세상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20년 후의 미래를 그 누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어떤 종류의 차량이 주도권을 잡든지 간에 모든 차량이 친환경차로 바뀌어 좀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어 있기를 바라면서 수소전기차 넥쏘에 대한 3회에 걸친 시승기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김재진
ECOEV
전기차 충전소 통합 안내 서비스 EVwhere 개발자
사)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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