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섯돌을 맞은
아이오닉 EV

매년 여름이 되면 한살 더 나이든 아이오닉 EV에 대한 느낌을 올리고 있다. 오늘도 이 차량이 다섯돌이 되었을 때 남긴 글을 읽어 본다. 불과 1년 전에, 중년이 되어가는 전기차의 ‘감가’를 논하였다는 것이 격세지감이다. 지금은 엄청난 유가와 반도체/배터리 공급난의 결합으로 웬만한 중고 전기차는 상당히 오래된 것이라도 신차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 일상화되었으니 말이다.

 

 

1년간 약 8000km 주행

1년간 8000km 정도를 주행했다.적산거리계는 84759에서 92480으로 늘어났다. 전비나 주행가능거리의 체감되는 변화는 없다. 주로 출퇴근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평균 전비는 8~9 정도를 유지한다. 전비가 좋아서 비교적 느리게 충전되는 파워큐브 이동식 충전기를 활용하여 차량을 유지하는 데에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느낀다.

 

기름값도 오르고
충전요금도 오르고

기름값이 많이 올랐지만, 전기차 충전요금도 만만찮게 올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디젤은 1km 주행에 100원이 채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던것이 보통이었는데, 전비가 낮은 대용량 배터리 전기차를 집밥없이 이용하면 전기차로도 충전비용이 거의 1km에 100원은 깨지게 생겼다. 이런 환경속에서 실질 주행가능거리가 230km (하절기) – 150km (동절기) 정도 되는 구형 아이오닉은 극단적으로 높은 경제성을 자랑한다.

 

아이오닉 5년 보유 5년 시점에 경험해본 아이오닉 5

 

1년간의 정비는 딱 두가지다.

먼저, 4년차에 접어드는 한국타이어 AS-EV 의 위치를 전-후 교환하였다. 전륜구동에 회생제동 사용도 많아서 그런지, 앞은 절반정도 남아 있었고, 뒤는 거의 새것이었다. 뒤집어 쓰면 2-3년은 더 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올 초 언더커버가 낡아 떨어지게 된 것을 교체한 것. 통으로 교환하였는데, 10만원대의 비용이 들었다. 조금씩 차량의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다행이도, 시간이 지나도 주행성능이나 효율성, 공간 등 차량에 대한 기본적인 요소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음을 느낀다. ‘다행인’ 것은, 이제는 차량 교체가 정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6년 전 보조금을 받으면 2500만원 이하에 구입이 가능하던 조향 보조 기능 등을 탑재한 전기차가, 이제는 보조금을 받아도 최저 4천만원대고, 그마저도 돈을 쓸 요량(렌트)이거나 뭔가 연줄이라도 있거나 하지 않고서는 출고가 되기까지를 하염없이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하는 것 같다. 시장에서는 고가의 전기차라 하더라도 가격이 워낙 빠르게 오르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사 두는게 가장 싸다는 심리마저 있고, 유가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차량구입 수요가 무척 풍부한 상황이다.

 

 

그런면에서, 제조사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고가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보급된 차데모 급속충전 차량들에 대한 후속지원 문제이다. 대당 2천만원에 가까운 보조금이 투입된 차데모 충전규격 차량들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급속충전 규격이 콤보(CCS)로 바뀌며 차데모와 AC3상은 여러대의 급속충전기가 있는 곳이라도 하나 정도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게 되었다. 이렇게 되며, 2019년 정도까지만 하더라도 전국을 누비던 나의 차데모 아이오닉이 이제는 급속충전이 없이 왕복이 어려운 상황이면 아예 주행을 단념하여 버리게 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최근 서울과 천안을 당일로 왕복할 일이 있었는데, 해당일 경로상 고속도로상의 차데모 충전기는 실시간으로 조회했을 때 적당한 위치에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도착지 근처의 차데모 급속충전기가 다행이도 비어 있었기에 충전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경로 계획에 상당한 걱정이 있었다. 현재 차데모 차량의 장거리 주행에 대한 스트레스는 처음 아이오닉 전기차를 구입했던 2016년 보다도 더 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대의 충전기중 차데모 충전기가 딱 하나만 남아있는데, 그것이 오작동이라면 견인을 각오해야 하고, 그것을 누군가가 이미 점유하고 있다면 하염없이 대기를 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제조사는 콤보-차데모 어댑터를 발매하거나, 구형 전기차의 충전구를 레트로핏하는 지원을 할 계획이 없는 것 같다. 테슬라가 한국 소비자를 위하여 콤보 어댑터를 발매하여 널리 보급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되는 상황이다.

전기차 신차의 공급이 넘쳐나서, 제조사가 신차를 더 많이 팔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구형 제품을 계획된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 처리를 해 버리는 것이 업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전기차 시장 상황은 그와 다르다. 산업 금속의 채취와 가공은 어마어마한 환경적 발자국이 동반되며, 결과적으로 전기차는 한대 한대의 탄소 저감 효과를 생애주기에 걸쳐 극대화해야 한다. 생산보다 유지에서 많은 탄소 발자국이 야기되는 내연차와 반대의 구조이며, 초기 구입 비용도 높기 때문에, 내연차에서 생각하던 후속 지원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구형 아이오닉 전기차의 경우, 가장 적은 투자 비용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잠재적 요소가 차데모-콤보 어댑터 또는 충전구 레트로핏이나 주행보조장치의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테슬라의 그것처럼 소프트웨어 알고리듬 개선을 통한 주행거리 향상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레트로핏을 통해 업체도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그 레트로핏 제공은 신차 판매를 저해하지도 않는다(현재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이므로).

새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하면 아파트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는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전기차는 가격이 비싼만큼 거래비용이 크고, 중고차량을 구입했을 때의 파워트레인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하므로, 이와 같은 레트로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 의사도 비교적 높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나아가, 이와 같은 서비스는 전동화에 따른 정비수요 감소로 인한 차량 정비 생태계의 축소도 개선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기차량 레트로핏이라는 상당히 큰 잠재 시장의 형성 기회를 현재의 제조사들은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놀랍게도 전기차는
본질적으로 잘 늙지 않는다.

만 6년이 지났지만, 차량의 근본적인 성능은 신차 때와 거의 차이가 없다. 지금보다 적어도 두배는 더 탈 수 있는 차량이다. 놀랍게도 전기차는 본질적으로 잘 늙지 않는다. 그런 차량이 동네 마실용으로 전락하거나, 헐값에 해외에 수출되는 것은 그동안 투입된 혈세가 안타깝게 버려지는 꼴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을 보조금을 담당하는 주무 기관과 업체는 모두 인지하고, 전기차의 길어진 라이프사이클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후속지원 서비스를 구상할 때가 되었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현대차 아이오닉6 (IONIQ 6) 실물을 확인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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