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시나리오
전 세계가 끓어오르고 있다. 2021년 여름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여유있게 등극했다. 사실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메탄 농도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2019년과 2020년은 태양 활동 주기의 영향도 있어서 그나마 조금 나아보였던 것일 뿐이었다. 지난 20년간 추세적으로 이어져 오던 매 해의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지금 현재는 산업혁명 시점부터 1.2도 정도 올라 있는 상태이다. ‘고작 1.2도 상승’ 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양 극단의 변동폭이 더 심해져 섭씨 50도가 넘어 동식물이 모두 파괴되는 강력한 열돔이 북반구를 강타할 지경에 이르렀다.
기후 변화를 대비하는 데는 경제적 희생이 따른다고 믿는 각국의 정부들과 기업들 탓에, 파리 기후 협약 이후에도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나 메탄 배출의 강력하고 실질적인 감축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40,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을 하고 있지만, 지난 20년간 이 모든 흐름을 보며 안타까워해 오던 내 입장에서는, 마치 5년이 지날때마다 탄소 중립 시기를 5년씩 미루는 행태로만 보인다.
현재대로 간다고 하면,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https://impactlab.org/map) 금세기말의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혁명 시점보다 5~7도 상승하게 된다. 한국을 포함하여 인구가 밀집해서 살고 있는 북반구의 대부분 지역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인데,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진다면(RCP 8.5) 고위 가정 추계에서 우리나라의는 35’C 를 넘는 폭염 일수가 79일에 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라는 것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제시한 온실가스의 온난화 변화 경로 시나리오이다. 예를 들어 RCP2.6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영향을 지구 스스로가 완벽하게 회복하는 시나리오인데, 2100년 경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보다 낮은 420ppm 으로 가정하고 있다. 당연히 불가능하다. RCP4.5는 쉽게 말하자면 모든 플레이어들이 최선을 다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성공하는 경우를 상정하는데, 21세기 말 이산화탄소 농도 540ppm을 상정한다. RCP 6.0 은 어느정도 온실가스 저감이 성공하여 세기말 이산화탄소 농도 670 ppm을 상정한다. 가장 무시무시한, RCP 8.5는 현재대로 거의 계속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의 결과인데, 세기말 이산화탄소 농도 940ppm에 이를 것으로 예예상한다.
RCP8.5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5~7도의 기온 상승은, 인류 생존이 가능한 곳이 전 지구에 그리 남지 않고, 사계절 경작이 가능한 땅도 거의 남지 않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최신의 기후 변화나 온실가스 추이를 보면, RCP8.5 조차도 상당히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다음 세대는 기후 변화에 따른 직, 간접적 영향으로-식량 위기와 하이퍼인플레이션, 정치적 불안정, 재난- 제 명에 못 죽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해야 한다. 의미있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나아가, 이러한 삶의 방식이 존경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증세없는 복지가 불가능한 것 처럼, 상당한 규모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따르지 않는 온실가스 감축은 실현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얼만큼을 줄여야 하며,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은 과연 어느정도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현 시점에서 선진국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연간 7톤 정도로 추산된다. 이하 이 글에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모두 이산화탄소 환산량이다. 파리 기후 협약, 즉 2100년까지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정도로 억제하기 위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간 7톤의 배출량을 2톤 정도로 대폭 감축해야 한다. 사실 이정도라면 거의 인도인 수준의 라이프스타일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글에서는 바로 이 5톤의 감축을 어떻게 실현해 낼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1. 친환경 차량을 선택하기
전기 모빌리티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한 아젠다이니, 이 이야기를 먼저 해 보자. 내연 중형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은 매년 1.5만 킬로미터 정도를 주행한다고 할 때 어림잡아서 1톤~1.5톤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바꾸는 것도 꽤 저감 효과가 있다(0.5톤 정도). 차량의 에너지원 종류와 모델에 따른 주행거리 당 온실가스 절감에 대한 글은 아래 이전 글을 참고해도 좋다. 대형 내연기관 SUV가 아직도 매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기왕 차를 고를 것이라면 효율적인 차를 선택하자. 다음 세대를 더욱 도탄에 빠뜨리는 라이프스타일이 부를 과시하기에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나의 경우: 거의 운행하지 않는 PHEV 한대와 연간 10000km 정도 운행하는 소형 전기차 한대. (선진국 평균 대비 1톤 정도 감축했다고 짐작해 보자.)
Carboncounter.com에서 차량의 생애주기 이산화탄소 배출과 비용을 비교해보자
2. 항공 여행 줄이기
임팩트 크기를 알게 되면, 사실 전기차로 바꿔서 열심히 태양광으로 타고 다녀도 항공여행 몇 번이 그 노력을 다 무효로 만들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인데, 항공 여행은 같은 거리를 중형차를 몰고 가는 것 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코노미 클래스 기준이다. 비지니스 클래스는 여기에서 1.5~2배를 곱하면 된다. 개인용 제트기는 여기에 5~10배를 곱해야 한다. 프리미엄 캐빈을 이용해 해외 여행을 다니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과시하지만, 사실은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굉장한 낭비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의 대서양 왕복 여행을 줄이는 것이 1.5톤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한국-미국 왕복은 동부 기준으로 여기에 2를 곱하면 된다. 온실가스 측면에서는 다행이게도, 코로나 19 덕에 불필요한 국제 항공여행 수요는 많이 억제되어 있는 상태이다. 안타깝게도, 다른 것들이 더 늘어나고 또 각국이 화석연료를 여전히 펑펑 쓰면서.. 글로벌 탄소배출량은 2021년 현 시점에, 2019년에 비해 전혀 줄지 않았다.
나의 경우: 2020년에는 한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2021년에도 서울-부산 편도 한번으로 끝날 예정이다. (선진국 히스토릭 평균 대비 1.5톤 정도 감축했다고 짐작해 보자.)
3. 전력 그리드 개선
우리나라의 전력 그리드가 독일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1톤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이룩할 수 있다. 전기요금 문제 때문에 그리드 믹스를 바꾸는 것에는 정치적인 논쟁이 계속되는것 같다. 그 부담을 한전 주주에게 전가하는 정부의 태도가 또 어이없기도 하다. 아파트 태양광이라도 하고 싶지만, 우리 집은 불가능한 구조이다. 그리드는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우리 집의 전구는 모두 LED로 바꾸었고,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가전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3인 가족인 우리 집은 여름에는 500kWh, 그 외에는 250kWh 정도의 전력량을 사용하고 있다. 더 줄이고 싶은데, 어찌할 방법이 없다.
나의 경우: 감축량 없음…..
4. 육식 줄이기
사실 계산 방법에 따라 다른데, 육식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이 위의 1-3을 모두 합친 것 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축산의 직접적 온실가스(트림과 방귀의 메탄을 포함한) 배출만 계산하는 것에 더해 사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모든 화학 비료, 살충제, 경작, 수송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하면 사실 이 세상에서 단일 행동으로 가장 무시무시한 것 하나는 ‘소고기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고기 단백질 100g 을 만드는데는 최대 105kg 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Avoiding meat and dairy is ‘single biggest way’ to reduce your impact on Earth). 한국인은 2018년 기준 쇠고기를 12.7kg 섭취한다. 단백질로 환산하면 2.667kg 이며, 보수적으로 중량당 온실가스 배출이 105kg/100g 이 아닌, 50kg/100g 정도라고 깎아 준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이 먹는 소고기 연관 온실가스 배출이 1.3톤에 달한다.
소고기는 비싸서(애초에 나같은 서민은 돈을 내고 사 먹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싼데, 그렇게 비쌀 수 밖에 없는 것은 이처럼 사육 자체가 극단적으로 많은 에너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는 거의 먹지 못한다. 회식에서 강제로 먹게 되는 경우나, 직원 식당에서 미세하게 나오는 경우를 제하면 먹을 일이 요새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향후에는 기후 비용이 가격에 점차 반영될 것이라 한국인의 소고기 섭취량은 앞으로 자연스레 줄어들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어림잡아 같은 단백질 질량을 얻는데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율이 닭 : 돼지 : 소가 1:3:10이다. 흥미롭게도 가격도 얼추 이 비율과 비슷하다. 두부는 닭의 1/3 정도다. 비건(vegan)이 제일 좋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면 두부를 제일 많이, 그 다음 꼭 필요하면 닭, 돼지 순으로 섭취하는 것이 낫다. 대체육도 방법중의 하나다.
나의 경우: 대부분 두부를 먹고, 소는 사서 먹지 않는다. (후하게 쳐서 -1톤이라고 하자.)
5. 물건 덜 사고 재활용하기
아껴 쓰고, 덜 사고, 재활용하고 이런 것들도 도움이 되지만, 1-4의 큼지막한 것들에 비하면 각각의 효과 크기는 현저히 작다. 그래도 열심히 하자. 재활용은 0.2톤 정도, 찬물에 세탁하기는 0.25톤… 이런 식이다.
6. 아이 덜 가지기
최고로 쎈 것은 아이 덜 낳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추산하기로는 매년 50톤 이상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했지만, 이것은 후세까지를 다 더한 결과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진국 성인 기준인 연간 7톤 정도를 절감하는 효과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진실은 연간 7톤에서 50톤 사이일 것인데, 어쨌든 인구를 줄이는 것이 효과 크기로는 최고일 수 밖에 없다.
다행이도, 대형 휘발유 SUV를 타는것, 프리미엄 캐빈으로 항공 여행을 즐기는 것, 소고기를 사 먹는 것이 비용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인 것 처럼 아이를 여럿 가지는 것은 요즈음의 한국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집값, 육아, 교육환경 모든 것이, 아이를 가지 않는 사람에게 인센티브 요인이 된다.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빨리 하려면, 헬 조선을 배워야 한다. 2050년, 2060년이 되면 탄소 배출을 해낼 성인 인구가 팍팍 줄어들게 되니까. (사회 활동과 소비가 줄어드는 65세 이상이 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빠르게 줄어는 것도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나의 경우: 우리 가족의 아이는 한명이다. 사실 한명만 가지기로 한 가족 계획에 지옥(금성)같이 변할 미래 지구의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었다. 후세가 지금보다 살기 나쁜 지구에 살아야 할 것이 너무 눈에 보여, 태어날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삶의 방식을 온실가스 감축으로 환산하고 싶지는 않다.)
결론
이렇게 해놓고 보니 나는 연간 3.5톤 정도는 감축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이 추세로라면, 우리나라의 전력 그리드가 개선되면 총 5톤 절감 달성을 통해 인당 연간 배출 2톤의 목표에 도달할 수도 있겠다. 연구자들의 컨센서스도 비슷해서, 1) 아이 하나 덜 낳기 2) 차 없이 살기 3) 항공 여행 줄이기 4) 고기 줄이기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요란하고 눈에 잘 보이는 다른 액션들은 사실… 효과 크기가 적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큰 관점에서 효과 크기를 비교해 보아야 친환경 차에 대해 들이고 있는 사회적 측면에서의 경제적 자원과 관심이 어느 정도의 기후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선택을 굳이 한다면 친환경 차량이 당연히 더 낫지만, 그 행동 하나가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도 알 수 있다.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다. 개인의 행동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 과시적 삶의 방식이 멋진 삶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받아들이고, 줄이는 삶이 사실은 더 고급스러운 삶이라는 것을 대중이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좋은 일이 있을 때 쇠고기를 썰고 싶어하는 삶의 방식’에서 탈피해야 하는 것이다. 삶의 방식이 대규모 인구 집단에서 변화되면, 의외로 쉽게 온실가스 부담을 줄여나갈 수 있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