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시대가 길어지고 있다.
도시인의 삶의 방식이 비대면화되고, 국외여행은 가지 않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본값이 되었다. 이제는 당연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여가 시간은 가족을 중심으로 소수가 개인화된 공간에서 보내는 것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 19 이전, 여러 부문에서 공간이라는 것은 수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면 시간으로 잘라서 빌려 쓸 수 있는 것에 가까웠다. 아주 옛날부터 존재하던 도서관 열람실의 개념이 핫 데스킹이 되고, 공유 오피스가 되고, 상업적으로 음료를 파는 곳이라면 카페가 되고 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영화관, 공연장, 헬스장, 노래방, PC방, 찜질방, 맥줏집, 식당에서 사람을 만나고 공간과 기능을 향유했다.
상업 공간을 누릴 기회는 줄고
인테리어와 캠핑카는 호황
이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거리두기의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상업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심지어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전의 여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정부는 기묘하게도 도서관이나 박물관, 헬스장 같은 시민의 정서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누려야 하는 시설은 가장 재빨리 걸어잠그고 또 가장 늦게까지 또 열어주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주택은 조금 더 큰 평수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인테리어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서라고 한다. 개별적으로 여행을 즐길수 있는 캠핑은 역대급 호황을 맞이해, 2020년 기준 전년 동기대비 전체 캠핑 용품의 매출이 50% 이상 증가되었다고 한다. 물론 캠핑카의 인기도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비싸지는 공간의 가격
인구 구조와 유동성, 공급의 부족이 겹쳐 ‘전용 공간’인 집의 가격 또한 하늘을 찌르고 있다. 덕지덕지 복잡해진 제도 때문에 이사를 계획하고 감행하는 것도 보통의 시민에게는 아주 골치아픈 일이 되어버렸다. 필요에 따라 거주지를 바꾸거나, 조금 더 공간이 필요하면 조금 더 큰 집으로 옮기는 등의 주거환경 조정이 무척 어려워진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 비해 집의 쓸모가 더 늘어난 지금, 나의 공간을 가지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전기차는 공간이다
차량 교체에 대해 고민하는, 내연차를 타는 동료가 자동차는 A-B 이동의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자동차의 본질적인 역할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생각은 전기차를 한달만 타고 다니면 바뀝니다.” 라고 답하게 되었다. 아이오닉 전기차를 5년 전부터 타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악기 연습을 차에서 주로 하게 되었다. 코로나 19 판데믹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애용하던 모교의 연습실도 반 영구적(?)으로 폐쇄되었다. 이제는 차 뿐이다.
전기차로 차박 캠핑을 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V2X와 비슷하게, LDC의 12볼트 단자를 이용해 인버터를 구성하는 사람들도 있다. 화장실과 상하수도를 제외하면 전기차는 집이 갖춰야 하는 요소 (전기와 공조, 지붕과 벽) 를 대부분 이미 갖추고 있다. 그 공간을 활용하기에 따라 공부하는 곳, 사람 만나는 곳, 먹고 마시는 곳 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얼마전 조에를 시승해보고, 이 공간에 대한 니즈가 더욱 절실하게 와닿았다. 충분한 힘과 좋은 주행 질감의 차량이지만 차 안에서 잠을 자거나 연습을 하거나 업무를 수행하거나 밥을 먹거나… 이런 것들을 하기에는 꽤 좁았던 것이다.
아이오닉 5나 테슬라 모델 Y와 같은 높은 바디의 바닥배치 전용모델 전기차들은 이러한 공간적 요구를 집중적으로 추구하는 설계를 취하고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아주 널찍하고 있을 것이 다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밴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밴을 컨버젼한 사무공간
EVPOST 편집장과 이런 이야기를 하다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한 벽면에 화면이 있고 의자와 여러가지 기능이 있는 움직이는 사무 휴게 공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해외에는 이미 여러가지 밴을 이렇게 컨버젼해주는 업체들이 다양하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연 밴은 지하 주차장에 세워놓고 공간으로 쓰기에는 시동을 걸어야만 한다는 부담이 우선 있다. 그래서 전기 밴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에는 개인이 쉽게 구입 가능한 전기 밴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니 순수 전기 밴과 PHEV를 포함하여 10가지 이상의 전기 밴이 이미 팔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e스프린터, 르노 마스터 ZE, 포드 트랜짓 PHEV 등 유명한 내연 밴 모델의 전기 버젼 등이 있었는데, 이런 전기 밴을 중고로 사서 위 사진과 같은 공간으로 컨버젼을 한다면, 방 한칸이 더 붙은 (방음시공까지 된) 집으로 이사를 가는 효과가 있겠다는 상상을 해 보게 된다. 지하 주차장에 세워 놓고 밤 늦게 악기 연습을 실컷 하더라도 누가 상관하겠는가. 그럴싸한 음향 시스템을 갖춰놓는다면 층간소음 걱정 없이 영화도 마음껏 볼 수 있을 것이다.
르노 마스터 ZE의 경우는 8입방미터 또는 그 이상의 공간을 활용할 수가 있다고 한다. 바닥 면적으로 1평이 넘는데, 한강시민공원의 한강이 보이는 주차장에 세워 놓으면 그 평면의 가치는 1억원이 넘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서, 반포의 아크로리버파크보다 더 한강이 가까운 둔치에 세워놓을 수 있으니까). 여름이건 겨울이건 무시동 냉난방이 여유로워 아주 좋을 것이다.
전기 포터/봉고는 다방면에서 나타나는 압도적인 장점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 차종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순수 전기나 PHEV 파워트레인의 밴 차종은 구할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스타렉스의 후속 차종은 배터리 전기차로도 출시가 될 것 같다. 일단은 그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것 처럼 보인다. 전기 밴은 상용차량으로 간주되어 기본 모델은 보조금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기차 시장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미답의 세그먼트가 될 것이다. 업계의 변화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