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sis GV60
새로우면서 낯설지 않은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전용 모델인 GV60 을 시승해봤다. 제네시스가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전용 전기차인 만큼, G80e 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제네시스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는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강력한 출력과 안정적이고 편안한 승차감은 전용 플랫폼다운 확실히 좋은 모습이었다.

 

 

낯선 제네시스

GV60 의 디자인은 쿠페형 SUV 로, 날렵하고 다이나믹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보는 각도에 따라서 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 줄 디자인의 쿼드램프가 익숙한 듯 낯선 모습이며, 프론트 그릴은 역동적으로 느껴지면서도 기존에 알고 있던 크레스트 그릴과는 달라서 어색하다. 사실, 컬러감에 따라서 느낌의 차이가 꽤 크다.

 

 

본넷과 휀더 부분을 하나의 패널로 구성한 클램쉘(Clamshell) 이 깔끔한 이미지를 더해주고 있으며, C 필러 쪽의 크롬 라인이 EV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으며, 오토플러시 도어손잡이와 디지털 사이드미러(옵션)이 첨단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리어의 콤비램프 역시 두줄로 되어 있지만, 두꺼운 이미지로 조금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해준다. 리어 윙 스포일러는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해주지만, 실내에서 리어뷰미러를 볼 때, 은근 거슬리는 구석이다.

 

 

낯익은 제네시스

실내로 들어오면 GV60의 크리스털 스피어(Crystal Sphere) 가 눈에 띈다. 공 형태의 전자 변속기가 시동을 켜면 회전을 하면서 변속 조작계가 나타나 독특한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 아쉬운 점은 이게 끝이라는 점이다. 뭔가 더 고급스러운 조명이나 그래픽 등의 화려함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미없는 동작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여백의 미(Beauty of White Space) 를 반영한 실내 전체적인 분위기는 크리스털 스피어가 있는 플로팅 콘솔과 함께 독특한 공간감을 보여주고 있고, 컵홀더와 도어손잡이 등이 원형으로 크리스털 스피어와 함께 디자인적 통일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 보다도 페이스 커텍트와 지문인식 시스템을 통해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는 첨단 기능은 타 차량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계기판에서도 적용되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자신만의 화면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하지만, 어딘지 익숙하다. 실내의 분위기는 대략 이렇다 치고, 과연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는 어떤 주행성능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제로백 4초의
폭력적 가속성능

시승한 모델은 퍼포먼스 모델(6,975만원)로 77.4kWh 배터리를 장착하고, 160kW 의 후륜 모터와 160kW 의 전륜모터를 사용해 합산 최대 출력 320kW(435마력), 최대 토크 605Nm 의 출력을 보여주며, 부스터 모드 사용시 최대출력 360kW(490마력), 최대토크 700Nm 의 토크를 보여준다. 그리고, 1회 충전으로 368km 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그냥 조용히 주행을 하다가 악셀에 조금 힘을 주면 폭발적으로 튀어나간다. 전형적인 전기차의 모습이다. 그런데, 스포츠 모드로 놓고 달리면, 더욱 과격하게 튀어나가는 모습은 스포츠카를 탄 것처럼 뛰어난 가속력이 무서울 정도이다. 여기에 부스트모드를 사용하면 10초간 40kW(54마력) 정도 출력이 강해지며 제로백 4초의 가속력을 보여주는데, 계기판에서도 확실한 이미지 변화를 보여준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서 광속 진입하는 것 같은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10초의 카운트는 마치 사이버포뮬러를 연상케 하는데, 짜릿한 가속감에 자꾸만 부스트 버튼을 눌러보게 된다.

 

 

승차감은 확실히 G80e 와 달리,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을 사용한 때문인지 고속주행에서 더욱 안정적인 모습이며, 코너링도 확실히 좋다. 사륜구동으로 움직이는 만큼 더 좋긴 한데, 고속 코너링시 살짝 언더스티어 성향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 로 주행환경에 맞춰 좌우 구동력을 배분해주어 전체적으로 상당히 밸런스 좋은 핸들링 감각을 보여주고 있으며, 요철을 넘어갈 때에도 아이오닉5와 비교해 더욱 부드러운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전방 카메라로 노면 정보와 내비게이션을 바탕으로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조절해주어 부드럽도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달리기 성능은 SUV 특유의 높은 무게중심으로 움직임이 크긴 해도, 운전이 편하면서도 적당히 폭력적인 가속력으로 답답함이 없어서 좋다.

 

 

여기에 제네시스답게 실내 정숙성은 아주 뛰어나다. 그래서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의 사운드를 즐기기에 더욱 좋으며, 오디오 음질 또한 깨끗해서 주행감성을 끌어올려준다. 이 외에도 차선이탈방지, 차로유지보조 장치와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주행을 더욱 안전하고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총평 : ★★★★☆

전체적으로 기계적 완성도가 높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분명, 제네시스를 타고 있는데, 아이오닉5 같은 느낌의 실내구성과 플로팅 타입의 센터콘솔은 EV6 가 생각난다. 어디선가 이미 본 모습들이라 특별하게 감동이 크지 않다. 크리스털 스피어와 페이스 커넥트, 지문인증 시스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은 첨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능상의 차별성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제네시스만의 가치를 느끼기에는 아쉽다. GV60은 운전자와의 교감을 중시 여기고 있지만, 기계적인 커넥트 이상의 것을 느끼기 어렵다.

 

 

전기차로 넘어가는 시대에서 편의/안전사양 및 주행성능은 상향평준화 되어가고 있는 만큼, 뭔가 다른 방식에서의 럭셔리함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컨셉트카 ‘민트’ 에서 보여주었던 파격적 심플함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고급스러우면서도 친환경 가죽시트와 각종 첨단 편의사양. 여기에 충분한 주행거리와 폭력적 가속성능 및 안정적 핸들링 감각까지 GV60 은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다운 좋은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 가 부족하다. 럭셔리는 ‘이야기’ 가 함께 있어야 하는데, 제네시스는 말이 없다. 이런점들이 GV60을 타면서 짜릿하지만, 마음이 허전했던 이유라고 생각된다. 스토리 있는 감성과 영혼 몇스푼 더 넣어주면 좋겠다. 이제 럭셔리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대인 만큼, 차별화된 럭셔리가 필요하다. 아참, 트렁크에 골프백 2개 넣기는 힘들어 보인다.

 

 

Yongdeok.HRGB s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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