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E300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반환경 유사(pseudo)전기차?
필자는 바로 이전의 포스팅에서 독일 프리미엄 제조사에서 출시되고 있는, 포르쉐 타이칸과 메르세데스 벤츠의 EQC 가 기존의 전기차들과 비교할 때에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으며, 이러한 차량들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 바 있었다.
그러던 중, 전동화 차량으로서는 대단히, 놀라울 정도로 효율이 낮으면서도 해당 제조사는 유럽의 제도 헛점(loophole)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어쨌든 탄생시키게 된, 다소 희한한 모습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발견하게 되어 짧게 생각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바로 아래 링크에 제시된,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출시한 E300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차량인데, 사실 그 베이스가 된 E300 은 장점이 무척 많으며, 예로부터 아주 잘 팔리는 프리미엄 중형 차량이다.
필자는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오랬동안 운행하면서 효율성과 정숙성, 실내의 쾌적함 등에 매우 만족하였던 경험이 있었고 (블로그에서 장기간의 기록을 게재하였던 바 있다), 그동안 중형급의 실내 공간을 보유한 전동화 모델이 우리나라에는 테슬라 모델 S, X 밖에 없음을 아쉬워하였던 바 있어, 이 중형 프리미엄 차량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출시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기대를 하면서 내용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내용을 읽다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당 차랑은 (인용)”13.5kWh급 리튬이온배터리가 조합됐다. 1회 충전으로 최대 31km를 전기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그렇다. 131km 에서 1이 빠진 것이 아니다. 대략 13.5kWh 급 배터리라고 하면 131km 까지는 아니더라도 60 km 정도의 전기 주행가능거리를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기대한 거리의 딱 절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가 제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9g/km 이다. 약간 이상한 느낌, 뭔가 속는다는 느낌을 느꼈다면 정상이다.
이러한 종류의 꼼수 유사(pseudo) 전기차는, 사실 유럽이 전동화 차량을 평가하는데 유지하고 있는 효율성 측정 기준 때문에 발생하게 된 괴물인데, 기실 스펙만 놓고 볼 때, 메르세데스 벤츠는 가솔린 E 클래스 모델에 성의없게 모터와 배터리를 붙이기만 했고, 이를 통합 (integration) 하고 최적화를 진행하여 효율을 늘이기 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규제 클리어용 모델. 예전 캘리포니아에서 비판받던 컴플라이언스 카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 전기차를 팔 생각이 없는 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생산해서 소량만 팔던 전기차들) 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런 차량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점 들은 전동화 차량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장점을을 퇴색시키며 내연차량의 전동화 추세에 오히려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 탄소 배출 측면에서 반환경적이다.
kWh 당 2.5km 를 가는 전비는, MPGe 테이블에 놓고 보면 ( https://www.aqua-calc.com/convert/electric-car-energy-economy/miles-per-gallon-gasoline-equivalent-to-kilometer-per-kilowatt-hour )52에 해당한다.
MPGe to km/kWh conversion tables with examples and formulas
www.aqua-calc.com
MPGe tableMPGe 는 다만 열량환산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한국과 같은 곳 (석탄발전이 많고, 천연가스 발전 비중도 높은 화석전기 천국이다) 으로 보게 되면, 전기차가 MPGe 가 52 라고 하면, 10 km/l 의 가솔린차를 타는 것 보다도 well-to-wheel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 잠깐..”가솔린 엔진에 해당하는 E200은 도심 연비 9.9km/l 이며, 고속도로 연비 13.1km/l이고 복합연비는 11.1km/l 입니다” 그렇다. 한국 실정에서 E300e 는 순수 가솔린 모델보다도 반환경적인 차량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 차는 사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간략하게, 유럽은, 전기 모드는 CO2 배출량이 없다 (0) 고 쳐주고 있다. 이렇게 모든 전기를 소진한 후에, 그 후 1리터를 사용해서 간 거리를 더해서.. 그걸 다시 km 로 나눠주는 방식으로 연비를 계산해준다. 예컨대.. 배터리 13.5kWh 를 31km 동안 다 쓰고 + 휘발유로 10키로 갔으면.. 41km 를 1L 로 갔다는 식으로 해서 연비는 41km/l 이고, 유럽기준 CO2 배출량 46g/km 의 엄청난 결과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차는 반환경적이지만, 서류상으로는 무척 친환경적인 것이 되며,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EU 의 연비규제를 맞추기가 무척 쉬워지게 된다.
둘째, 산업적으로도 반환경적이다.
13.5kWh 의 배터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리튬, 니켈, 망간.. 다른 제조사들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멀리 갈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많은 산업금속들이, 다임러의 배출가스 규제를 위한 꼼수의 결과를 만드는 데에 낭비되어 버린 셈이 된다. 더 적은 양의 산업금속으로 더 많은 댓수의 내연차를 대체해야 하는, 인류의 당면한 다음 10년간의 과제를 생각할 때에, 이는 너무나 아까운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셋째로, 게다가 이 엄한 반환경차는 친환경차의 탈을 쓰게 된다.
약 7-8년 전, 비슷한 그림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나중에는 (당연하지만) 매우 반환경적이라는것이 잘 알려지게 된 소위 클린 디젤 차량들 (특히, ECU 맵핑을 하고 DPF 를 털고 다니는 차들도 무척 많았다.) 이 버젓이 저공해차 딱지를 달고 여러가지 혜택을 보아 오던 적이 있었는데, 이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조사의 경영진 입장에서는 분기별, 연간 어닝 목표를 맞추어야 하며, 가장 돈이 되는 세그먼트를 유지하기 위해서 (배출가스가 많은 S클래스와 같은..) 이런 꼼수도 쓰고 싶고, 또 이런 꼼수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정치적 노력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나는 제조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차를 개발하고 판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 다임러를 계속 괴롭히는 것 처럼 보일 까봐, 언급하자면, 필자는 배당 목적으로 과거에 구입한 다임러 주식을 꽤 가지고 있다. 다임러 싫어서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려하며, 현재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잘 극복하고 턴어라운드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다른 제조사들의 PHEV 는 무거운 내연기관과 모터, 배터리를 모두 가진 채로도 못해도 kWh 당 4-5km 는 가는데,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제조사중의 하나인 메르세데스에서 야심차게 나온 PHEV 가 화물을 만재한 전기 1톤트럭 수준의 전비를 보인다는 것은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 된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