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국내 첫 충돌실험 공개

6월 18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충돌시험장.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세단 ‘모델3’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국토교통부와 연구원의 ‘자동차 안전도 평가(KNCAP)’ 충돌시험을 위해서였다. 차 안 운전석과 뒷좌석 양쪽에는 사람과 흡사한 충돌시험용 더미(시험용 마네킹) 세 구가 앉아 있었다. 시험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무게 1.4t의 충돌시험용 파란색 차량이 시속 60㎞로 달려와 모델3 운전석 쪽 측면을 강하게 쳤다. 충돌과 동시에 “펑”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유리와 차 파편이 이러저리 튀었다.

 

 

시험 시간은 10초 남짓. 더미와 차량 곳곳에 달려 있는 센서들은 충돌 순간의 상태 변화를 측정했다. 실제 사고가 벌어졌을 경우 사람 몸이 얼마나 다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날은 측면 충돌뿐이었지만, 연구원은 4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델3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를 활용해 정면과 기둥 측면, 보행자 등 여러 상황을 가정한 충돌시험을 벌였다. 국내 최초의 전기차 KNCAP에는 대당 5000만 원이 넘는 아이오닉5와 모델3의 시판용 차량이 각 4대씩 쓰였다.

 

현대 아이오닉5 정면 충돌 순간

 

첨단 이미지 테슬라,
비상제동·차로유지 감점

KNCAP는 차량이 사람 또는 사물 등과 충돌할 때 운전자, 승객의 안전을 보는 ‘충돌’, 차에 부딪힌 보행자의 상해 정도를 얼마나 줄였는지를 판단하는 ‘보행자’, 첨단안전장치가 정확히 주변 상황을 파악해 안전기능을 작동시키는 ‘사고예방’ 등 3개 부문으로 이뤄진다. 총점 100점 만점 중 82점 이상을 1등급, 75점 이상을 2등급으로 매긴다.

아이오닉5는 92.1점으로 1등급을 받았다. 2018년 현대차 싼타페의 점수 92점과 비슷했다. 테슬라 차량 중 처음으로 KNCAP를 거친 모델3는 83.3점으로 2등급이었다. 점수는 1등급에 해당하지만, 보행자시험에서 2등급 구간에 들며 과락으로 종합 2등급을 받았다.

모델3는 주행 중 사람, 사물 등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국내 도로 환경을 재현한 사고예방시험에서 평가결과가 좋지 못했다. ‘비상자동제동장치’가 시속 20㎞ 주행 때 제 때 작동하지 않아 전방에서 길을 건너는 자전거를 들이 받고, ‘차로유지지원장치’는 시속 65㎞로 곡선 주행 때 차선 이탈을 바로잡지 못했다. 연구원 측은 “후진 중 좌우 후측방에서 다른 차가 다가오는 걸 감지하는 ‘후측방접근경고장치’는 모델3에 장착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테슬라 모델3 측면충돌 시험

 

반면 아이오닉5는 시속 60㎞ 미만으로 주행할 때 자전거를 감지해 제동장치가 작동하는 등 비상자동제동장치는 차로유지장치와 함께 만점을 받았다. 후측방접근경고장치가 사선주차 때 충돌경고 및 충돌방지평가에서 일부 미흡했고, 이 장치와 사각지대감시장치가 별도 사양(옵션)으로 제공되는 점이 감점 요인으로 꼽혔다.

시속 40㎞로 주행 중인 차량과 부딪힌 보행자의 상해 위험도를 따지는 보행자 시험에서도 모델3에서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이 아이오닉5보다 높게 측정됐다. 충돌 후 고전압 배터리 전원 차단은 두 차종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본보가 지난해 보도한 모델3의 사고 등으로 인한 저전압 보조 전원 차단 시 뒷문을 내부에서 수동으로 열 수 없는 현상은 이번 시험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테슬라 모델3 자전거충돌 시험

 

아이오닉5 자전거충돌 시험

 

테슬라 모델3 보행자충돌 시험

 

아이오닉5 보행자충돌 시험

 

전기차에 걸맞은
안전평가 확대 필요

이번 시험은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가 지난달 18만 대를 넘어서는 등 판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아이오닉5와 모델3는 누적으로 8628대, 6297대 팔리며 전기차 등록 상위 2, 3위였다. 1위는 9793대인 현대차 ‘포터2 EV’였다. 전기차는 완성차업체마다 각기 다른 플랫폼(뼈대)을 쓰고, 엔진 등 동력장치가 차량의 앞에 있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와 모터 등 차량의 내부 구조는 제조사, 차종마다 다르다.

하지만 모델3가 최우수 등급을 받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안전도 평가는 충돌시험만 평가하는 등 아직 세계적으로 전기차 안전을 평가하는 구체적 기준과 시험 경험은 부족하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3081명 중 보행자 사망자가 1093명인 국내 교통환경의 특성을 반영한 KNCAP의 전기차 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국토부와 연구원은 연내 기아 ‘EV6’, 메르세데스벤츠 ‘EQA’의 시험도 벌일 예정이다.

김정희 국토부 자동차정책관은 “친환경차 구매와 자동차의 자율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미래차 전환 시기인 점을 반영해 KNCAP의 시험항목을 고도화하고, 평가의 새로운 기준 또한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모델Y 디자인에는 특별한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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