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전기차와 함께했습니다. 출장 기간 내내 동행한 이 녀석은 기대 이상의 매력을 보여줬습니다. 힘차고 조용했습니다. 충전 한 번에 400km를 달릴 수 있으니 걱정도 덜합니다.”

심장까지 전해지는 사운드. 빠릿빠릿한 변속에서 느껴지는 쾌감. 이처럼 감성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전기차는 진정한 자동차가 아닙니다. 모터를 돌리는 전자제품에 불과하죠. 그러나 “상남자는 V8″을 외치는 사람들이 전부인 것도 아닐 겁니다.

누군가는 더 편한 차를 찾습니다. 어떤이는 더 조용한 차를 원하고 있죠. 유지비를 먼저 계산하는 이들과 소수지만 친환경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매일 차를 다루는 필자는 어떤 부류일까요. 당연히 마니아 축에 속할 거라 예상하시겠죠? 맞습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며칠 동안 전기차와 함께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졌습니다. 차를 새로 사려는 사람,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제조사,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기관들까지. 목적은 다르지만 전과 다른 관심을 보이는 건 분명합니다. 요즘에는 도로에서도 쉽게 전기차를 볼 수 있죠. 서울시 기준으로는 지난해 팔린 전기차가 2017년까지의 누적 판매량보다 많았습니다. 올해도 이미 1차 보조금 대상자를 신청 받았습니다.

그러나 내 차를 바꿀 때는 전기차에 선뜻 손이 안 갑니다. 충전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죠. 점차 늘고는 있다지만 EV 충전소는 주유소만큼 눈에 띄질 않습니다. 공용 주택 충전기 설치도 어렵죠.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함도 걸림돌입니다. 직접 전기차를 몰아 보는 일도 흔치는 않은 경험.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잠깐 체험에 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대세인 전기차를 책으로만 공부하고 있는 상황. 더 이상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습니다. 일단 며칠 만이라도 전기차와 친해져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때마침 제주에 취재가 잡혔습니다. “전기차는 역시 제주도지.” 비교적 인프라가 잘 구축된 제주도는 EV의 매력을 만끽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과거 200km대 주행거리 전기차 경험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느덧 전기차 주행거리는 그때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보통 2세대 전기차로 분류하는 니로 EV, 코나 일렉트릭, 볼트 EV가 선택지에 올랐죠. 결국 이번 출장은 코나 일렉트릭과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항에 내려 곧장 전기차를 만나러 갔습니다. 예약했기에 금세 키를 넘겨받을 수 있었습니다. 차를 내어주던 직원분께서는 두 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전기차 운전 경험과 충전 방법에 대한 질문이었죠. “암요, 그럼요.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도로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시동 버튼, 아니 전원 버튼을 눌렀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하이브리드(PHEV 포함) 모델에서도 수없이 경험했기에 크게 어색하진 않았죠. 다만 현대차에 확대되고 있는 전자식 변속버튼(SBW)이 낯설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오른손이 허우적거리며 변속레버를 찾습니다. 차를 움직이기 위해 ‘D’ 버튼을 누르자 그때야 살아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주공항에 밤늦게 도착한 탓에 일단은 숙소로 향했습니다. 해가 뜨면 충전된 전기를 아끼지 않고 실컷 달려볼 계획을 그리면서 말이죠.

코나 일렉트릭은 소형 SUV인 코나의 전기차 버전입니다. 무슨 당연한 말을 하느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네요. 실내 공간이 일반 코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출장에는 각종 촬영 장비와 3명의 편집부 인원이 함께했습니다. 실내 공간은 준중형 세단 아반떼와 비교해 살짝 답답한 수준. 대신 머리 공간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뒷자리 공간은 크기의 한계를 보여

그러나 2열 무릎 공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180cm가 넘는 장신은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실제 더 뉴 아반떼(AD)와 비교해 휠베이스가 100mm 짧은 2,600mm입니다. 트렁크 공간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특히 트레이를 분리해 짐을 높게 쌓으면 상당한 양을 실을 수 있었죠.

코나 일렉트릭의 최고출력은 150kW. 보통 국내서 쓰는 표현으로 204마력입니다. 1.6L 터보 가솔린 엔진 모델(177마력)보다 27마력 높은 수준이죠. 여기에 모터 특성으로 초반 몸놀림이 가볍습니다. 가속 페달의 반응도 즉각적입니다. 하지만 배터리를 잔뜩 실어 가솔린 버전보다 무겁습니다. 같은 17인치 타이어를 끼우면 1,685kg으로 EV 버전이 355kg 더 나갑니다. 곧게 뻗은 도로를 가속할 때는 무게 차이를 출력으로 상쇄할 수 있습니다. 전혀 답답하지 않죠. 그러나 선회구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속 성능 탁월, 커브길 만나면 조심해야

주행 중에 코너를 만나면 차에는 많은 힘이 작용합니다. 간단히 말해 선회 곡선 바깥으로 작용하는 원심력을 바퀴의 접지력으로 견뎌야 하죠. 원심력은 주행속도와 무게에 영향을 받습니다. 둘 모두 원심력에 비례해 작용합니다. 같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면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바깥으로 밀려나는 힘이 강해집니다. 이 경우 오버스티어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때 타이어의 미끄러짐이 시작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여기에 연비형 타이어를 장착한 전기차는 도로를 움켜쥐는 접지력도 불리합니다. 참고로 가솔린 모델에는 벤투스 S1 노블2, 일렉트릭에는 키너지 GT가 달립니다(17인치 한국타이어 기준).

코나는 출시 당시 날렵한 운동성능을 강조했습니다. 전기차 버전도 조율은 달리하나 성격이 비슷합니다. 단단한 스프링과 감쇠력 높인 댐퍼로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구현했습니다. 그러나 효과적인 진동 관리에는 불리한 세팅입니다. 불규칙한 노면 충격을 시트까지 그대로 전달하죠. 곳곳의 설치된 방지턱도 조심해야 합니다. 속도를 줄이지 못해 둔탁한 충격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2열에 탑승한 동료는 몇 번이나 천장에 머리를 찧어 운전자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에는 64kWh 용량의 배터리가 장착됩니다. 한 번 충전으로 406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처음 시동 버튼을 누르자 주행 가능거리는 486km를 나타냈습니다. 일정상 충전이 필요 없단 걸 직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 구석이 든든했죠. 그런 느낌 있잖아요.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우고 나올 때의 뿌듯함. 전기차로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배터리는 운전석 발 아래에서부터 2열까지 낮게 깔려있습니다. 엔진이 높게 위치한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무게 중심이 낮습니다. 좌·우로 기울어지는 롤링 억제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여기에 뒷좌석 엉덩이 아래로 많은 양의 셀이 집중돼 있습니다. 앞·뒤 무게 배분이 고른 상태라 차체의 피칭을 조금 더 줄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주행 중에 들리는 전기차 특유의 소리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충분히 용납할 수 있다.”라는 의견과 “사운드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깝다.”라고 편집부의 안에서도 팽팽히 맞섰죠. ‘휘~~~~잉’하고 울리는 모터 소리는 ‘D’ 변속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작됩니다. 전동차 출발할 때 내는 소리와 비슷합니다. 소리는 저속 구간 가속 상황에서 가장 도드라집니다. 이때까지는 노면 소음과 바람 소리가 실내로 많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비까지 표시되는 컴바이너 타입 HUD


출장 기간 내내 동서남북을 돌아다녔습니다. 공항에서 서귀포. 자동차 박물관을 들러 성산항까지 쉴 새 없는 일정이었죠. 주행 첫날, 줄어드는 주행 가능거리가 눈에 거슬렸습니다. 그러나 배터리는 충분히 여유 있는 상황. 주변에는 충전소도 많았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도 잠시뿐입니다. 100km 이상을 달렸지만 아직도 300km를 더 갈 수 있다고 표시됩니다. 실제 운행한 거리와 줄어드는 주행 가능거리의 정확도가 높았죠.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스포츠, 컴포트, 에코 세 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하며 추가로 에코 플러스도 있습니다. 주행 모드를 에코에 두면 회생 제동은 가장 적극적인 3단계로 바뀝니다. 이 상태에서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곧바로 감속이 시작되죠. 일반차에서는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운전대 뒤에 달린 패들 시프트도 변속이 아닌 회생 제동 레벨을 조절하는 데 쓰입니다.

도심에서는 회생 제동 레벨을 끝까지 올리면 운전이 불편합니다. 최고 단계에서는 운전자 의도와 관계 없는 감속력이 강하게 작용하죠. 저속 상황 도로 흐름이 중요한 도심에서는 가속 페달을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듭니다. 대신 시야가 트인 길에서는 유용합니다. 간단한 패들시프트 동작 하나로 속도를 줄이며 에너지 효율도 높일 수 있게 되죠.

일정을 마치고 계기판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때까지도 남은 주행 가능거리는 100km. 이틀 내내 타고도 배터리가 남은 상황이죠. 코나 일렉트릭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주행하며 사용한 전기 요금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보통 렌터카를 이용하면 사용한 만큼 연료를 채우거나 기름값을 따로 내잖아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직원에게 묻자 별도의 전기 사용료는 없다고 귀띔해 줍니다. 함께 제공된 카드로 충전하면 이 역시 공짜라고 합니다. 다만 대여료는 가솔린 코나와 비교해 20% 정도 비싼 편입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2박 3일 동안 함께한 코나 일렉트릭은 EV에 대한 생각을 바꿔 놓았습니다. 수십 년 넘게 이어온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완성도가 떨어질 거란 편견도 내려놓게 되었죠. 전기차로의 전환은 분명 막을 수 없는 변화일 것입니다. 문제로 손꼽히는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면 예상보다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날 것입니다. 아직도 전기차가 먼 미래처럼만 느껴지시나요? EV는 생각보다 현실 가까이에 다가와 있습니다.

고석연 기자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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