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적인 힘과 재생 능력을 가진 소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혹하고 어두운 이야기는 여전했습니다. 드라마 폭군이요. 영화 ‘마녀’ 팬은 아닌데 10분만 보려고 했다가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봐버렸습니다.
지난 두 번의 영화에서 박훈정 감독은 강화 인간의 초능력과 거기서 비롯되는 잔인함을 그것들과 상반되는 순수한 외모의 소녀에게 담아냈는데,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폭군에서의 소녀는 다중인격과 타투 그리고 직업 등 일부 설정으로 인해 이전보단 약간 더 ‘센 캐’로 다가오더군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마치 볼보의 퍼포먼스 버전인 폴스타처럼요.
폴스타는 북유럽 스웨덴 감성 충만한 간결한 디자인으로 볼보와의 연결성을 가져가지만 보다 공격적인 자세와 한층 폭발적인 성능을 보여주잖아요. 그렇게 전기차 브랜드로 입지를 쌓아가고 있는 폴스타가 지난주 한국에서 ‘일렉트릭 퍼포먼스 SUV’ 폴스타 4를 출시했답니다. 구경이나 해볼까요? 뭐 잠깐 본다고 푹 빠지진 않겠죠.
폴스타 중에서 제일 빠름
폴스타 4는 전기차 전용 프리미엄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델입니다. 길이는 4840mm으로 싼타페(4830mm)보다 조금 더 깁니다. 너비는 2008mm인데 EV9(1980mm)보다 넓습니다. 높이는 1534mm로 EV6(1550mm)보다 조금 낮습니다. 휠베이스 2999mm로 아이오닉 5(3000mm)랑 비슷합니다.
배터리는 100kWh 리튬이온배터리. CATL 배터리입니다. 200kW 급속 충전기로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30분. 강철과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감싼 배터리 팩은 충돌 시 고전압 시스템으로부터 차단되어 2차 피해를 최소화한다네요. 내년부터 폴스타 4가 부산에서 만들어지면서 국산 배터리도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롱 레인지 듀얼 모터 모델은 최고 출력 544마력(400kW), 최대 토크 686Nm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까지 필요한 시간은 3.8초. 폴스타가 양산한 자동차 중에서 가장 빠른 수치입니다.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WLTP 기준 590km. 총 3단계로 조정 가능한 세미-액티브 서스펜션과 균형 잡힌 전후 무게 배분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탁월한 핸들링과 승차감을 보장한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입니다. 히트 펌프도 기본 적용해서 에너지 효율도 챙겼다고 합니다.
롱 레인지 싱글 모터 모델은 후륜 구동이며, 최고 출력은 272마력(200kW), 최대 토크는 343Nm입니다. WLTP 기준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620km입니다. 고전압 배터리 보증은 8년 또는 16만 km이고 일반 부품 보증은 5년 또는 10만 km입니다. 서비스 포인트는 전국 38곳의 볼보자동차 공식 서비스센터.
한국에서 싸게 판다고 하던데
롱 레인지 듀얼 모터 모델은 7,190만 원, 롱 레인지 싱글 모터는 6,690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파일럿 팩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기본으로 적용되는 파일럿 팩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기능이 포함된 파일럿 어시스트, 자동 차선 변경을 지원하는 레인 체인지 어시스트 등 안전과 주행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 건 21인치 스포츠 휠(200만 원)을 비롯해 플러스 팩, 프로 팩, 퍼포먼스 팩이 있어요. 먼저 플러스 팩부터. 이건 하만 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14.7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32개 픽셀 LED 헤드라이트, 킥 모션 인식 전동식 테일게이트, 3-존 온도 조절 장치, 뒷좌석 전동 리클라이닝 등이 포함됩니다. 가격은 600만 원. 참고로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은 12개의 스피커와 1,400W의 하이브리드 앰프로 구성됩니다.
플러스 팩을 추가하면 또 다른 선택권이 생기는데 바로 나파 업그레이드. 550만 원으로 바꿀 수 있는 건 나파 가죽을 비롯해 통풍 및 마시지 시트, 앞좌석 하만 카돈 헤드레스트 스피커 등등. 바디 컬러 클래딩도 추가할 수 있어요. 이건 150만 원.
새롭게 등장한 프로 팩은 250만 원입니다. 21인치 프로 팩 전용 휠부터 스웨디시 골드 스트라이프 안전벨트, 스웨디시 골드 밸브 캡까지 꾸미기 옵션인 듯 합니다.
퍼포먼스 팩은 22인치 휠, 4피스톤 브렘보 브레이크, 퍼포먼스 섀시 튜닝, 스웨디시 골드 디테일(안전벨트/브레이크/ 밸브 캡)이 묶여 있는데 600만 원입니다. 그리고 팩과는 별개로 외관 컬러를 스노(Snow)나 골드(Gold)중에서 선택하려면 추가 비용 4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주문은 13일부터 시작됐고 본격적인 인도 시점은 10월 중이라네요. 시작 가격만 놓고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옵션으로 빠져 있는 게 많은 만큼 이것저것 넣다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차는 왠지 고급스럽게 타야 될 것 같아서요.
뒤가 없다고?
폴스타의 표현을 빌리자면 폴스타 4는 ‘SUV 쿠페’입니다. 크지만 둔해 보이지 않는, 세련된 스타일의 그런 차라는 거죠. 브랜드 최초로 적용된 듀얼 블레이드 헤드라이트가 날카로움을 뽐내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유려한 라인입니다. 뒷유리를 없애버리고 얻어낸 그 라인이요.
뒷유리를 포기한 혁신적인(?) 발상으로 날렵한 쿠페 스타일을 가져가면서 2열 공간도 유지하게 된 겁니다. 그럼 뒤는 어떻게 볼까요? 룸 미러를 통해 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날렵하게 떨어지는 루프에 장착된 후방 카메라가 후방 시야를 확보해 줍니다. 폴스타는 리어 뷰 미러라고 부르더군요. 더 넓은 시야를 고화질로 구현해 준다고 합니다. 원하면 끌 수도 있고요.
이 밖에 프레임리스 윈도와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가 역동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좌우로 길게 뻗은 리어 라이트 바는 낮고 넓은 스포츠카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실내는 여유로움이 돋보입니다.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시각적으로 공간감을 극대화합니다. 태양계에서 영감을 받은 앰비언트 라이팅 시스템은 여유로운 공간에 신비로움을 더합니다. 색상과 강도를 9단계로 조정 가능하답니다. 기본 시트는 마이크로테크(MicroTech) 소재라고 하네요. 폴스타는 소나무 추출 오일을 사용해 인조 가죽 대비 생산 과정과 사후 처리 측면에서 친환경적이라고 강조를 하더라고요. 누가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플러스 팩을 추가하면 테일러드 니트(Tailored knit) 소재로 만든 시트가 들어갑니다. 100% 재생 페트(PET)를 새로운 공법으로 가공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했다고 합니다. 쓰레기로 만들면서 돈은 더 받는 요즘 지속가능성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나파 가죽 역시 동물의 5대 복지 인증을 받은 업체로부터 수급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네요. 이 외에 재생 어망과 재생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에코닐(ECONYL)은 실내 바닥 카펫으로 활용되고, 천연 섬유 폴리프로필렌(NFPP)은 도어 트림에 적용됩니다.
11개의 카메라가 한 차에?
폴스타에게도 볼보만큼 안전은 중요한 가치라고 합니다. 초고강도 강철을 머금은 견고한 차체 말고도 폴스타 4에는 카메라 11개, 초음파 센서 12개, 레이더가 탑재되는데요. 이는 모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최악의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실내에도 카메라가 있는데 이건 운전자의 시선과 머리 움직임을 관찰하며 청각/시각 경고를 통해 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데 활용됩니다. 보다 안전한 주행을 지원하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인 셈이죠. 폴스타는 모빌아이(Mobileye)와의 파트너십을 토대로 지능형 안전 기술을 포함한 슈퍼비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새롭게 더할 예정입니다.
안전만큼 편의성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폴스타 4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기반으로 하고요. 티맵과 공동 개발한 전기차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매우 한국적이고 전기차에 최적화된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구현되는 곳은 15.4인치 대형 스크린입니다. 5분할도 지원해서 여러 정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죠.
음성 인식 AI 플랫폼 ‘누구 오토’ 들어가고요. 티맵 스토어를 통해서 여러 앱 사용 가능해요. 웹 서핑이나 비디오 스트리밍도 가능한 웹 브라우저도 있고요. LTE 데이터 사용료는 3년 동안 무료. 그리고 이 시스템은 OTA 업데이트를 통해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하기도 합니다. 폴스타는 주행 편의성 개선과 엔터테인먼트 경험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물론 차도 자체 OTA를 통해 편하게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국산 브랜드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다소 느슨해진 전기차 시장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함종성 폴스타 코리아 대표는 전 세계 27개국에서 16만 대가 판매된 폴스타 2는 지금까지 화재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폴스타 배터리의 안전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 폴스타의 가장 빠른 전기차가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 화재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도 수습할 수 있을는지.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Polestar Press, Pole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