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사장 “미래 이동수단 등 신성장 동력에 과감한 투자”
최근 美CES서 정의선 부회장 만나 개인용 비행체 등 협력 공유한 듯
SK이노베이션이 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여러 이동 수단에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를 공급하는 등 배터리 사업 확장에 나선다.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미래차 개발에 도전하는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개념 친환경 이동 수단을 선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9일 사내 보도 채널을 통해 “회사의 신성장 동력이자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와 소재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매출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0’에서 기존 완성차 업체부터 다수의 전자·IT 업체까지 미래 이동 수단 개발을 추진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SK이노베이션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가 우버와의 협업으로 CES 2020에서 실물 모형을 공개한 개인용 비행체(PAV)다. 업계에선 현대차와 우버가 전동 형태의 PAV를 양산하기 위해 가벼운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한 만큼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5월 전기차 외에 새로운 이동 수단 시장으로 사업을 넓힌다는 뜻을 담아 ‘비욘드 EV’라는 신사업 전략을 세우고 배터리의 확장성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김 사장은 CES 2020 개막 둘째 날이던 8일(현지 시간) 현대차 전시관을 찾아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을 만나기도 했다. 양측은 전시관에 마련된 PAV 실물 모형 등을 함께 둘러보며 미래 이동 수단 관련 사업 계획을 자연스럽게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들어갈 배터리 50만 대 분량의 공급을 확정한 것을 계기로 협업을 강화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사내 보도 채널을 통해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들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친환경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짜는 별도 조직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들의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C-레벨팀’을 조직해 중장기 경영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SK종합화학이나 SK인천석유화학 등 일부 자회사들의 사명 변경도 공식적으로 추진된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강하게 적용되는 아프리카 초원의 먹이사슬에서 일시적으로 살아남으려는 생각이 없다”면서 “안정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