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현대차의 로보틱스 사업 강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은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 매각을 협상중이라고 보도했다. 매각 금액은 최대 10억 달러(약 1조1350억 원) 규모로 예상되며,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0년 대 초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벤처회사로 시작해 보행 로봇을 주로 연구해왔다. 360도 카메라를 장착하고 네 발로 초당 1.58m로 뛰거나 계단도 이동할 수 있는 개를 닮은 로봇 ‘스팟’ 등이 대표적인 성과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3년에 구글에 인수됐다가 2017년에 소프트뱅크에 다시 매각 됐다. 연구와 개발에만 집중을 하다보니 상용화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는 평가다.
이번 협상이 성사되면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로보틱스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과의 대화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항공기(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안에서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로보틱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웨어러블 로봇(사람의 움직임을 보조해주는 기능)을 공개했으며, 지난해 1월 ‘CES 2019’에서는 걸어 다니는 콘셉트카 ‘엘리베이트’를 공개했다. 바퀴 달린 로봇 다리를 움직여 기존 이동수단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형과 상황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해 5월 미국 로봇 스타트업 리얼타임로보틱스에 17억5500만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현대차 측은 이번 인수 보도와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투자와 제휴 기회를 언제나 모색하고 있으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신형 투싼 공개행사에서 “현대차의 친환경 차량은 바이든 당선자에겐 우군”이라며 “자율주행차에도 많은 기회가 보인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