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함량 60%→90% 이상 높이면
1회 충전에 700km 주행도 가능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양극재를 만드는 국내 소재업체들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붐을 타고 포스코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구성된 소재다. 겉으로 보기에는 검은색 광물 가루이지만 전기차 등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배터리는 충전 시 내부의 리튬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옮겨져 저장됐다가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전 때 리튬이 양극으로 이동하는 구조로 동작한다. 양극재에 니켈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배터리 용량도 늘어난다. 보통 전기차 1대당 양극재 100kg이 쓰인다.
국내 주요 양극재 기업인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2분기(4∼6월) 4800억 원의 매출을 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이 중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가 전체 매출의 35%(1677억 원)를 차지했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3.9% 증가한 356억 원에 달했다.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 27만 t, 2030년 40만 t으로 양극재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코스모신소재는 1500억 원을 들여 현재 2만 t인 양극재 생산을 2023년 7만 t으로 늘릴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니켈 함량을 현재의 60∼80%에서 향후 90% 이상으로 올리는 ‘하이니켈’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기차 업계도 하이니켈 상용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400km 정도인 전기차 주행 거리를 700km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9월 “니켈이 100%인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고 올해 3월 배터리 자립 추진을 선언한 독일 폭스바겐은 양극재 업체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전기차 ‘아이오닉5’에 니켈 함량 80% 배터리를 적용한 현대자동차그룹도 차기작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하이니켈 양극재를 쓴 배터리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김도형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연구소장은 “2010년 사업 초기부터 전기차에 필요한 니켈 함량 80% 양극재 시장을 겨냥해 오늘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과거 자동차 업계가 엔진 기술 확보를 두고 경쟁했듯 전기차에는 배터리 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항=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