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과실 비율 30일부터 변경

운전자 김모 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규정 속도로 달리던 중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 뒤따라오던 운전자 황모 씨가 점선 중앙선을 넘어 김 씨 차량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접촉 사고가 난 것. 김 씨는 자신에게 잘못이 없었으니 당연히 피해액 100%를 배상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보험사로부터 “피해 금액의 20%는 물어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황 씨 측이 “중앙선은 ‘실선 중앙선’이 아니라 추월할 수 있는 ‘점선 중앙선’이었고 김 씨가 차량을 차로 오른쪽으로 붙여 정차를 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추월한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 김 씨는 억울했지만 기존 판례나 분쟁조정 사례에 따라 20%를 물어야 했다.

앞으로는 이런 식의 ‘억울한 쌍방 과실’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도저히 예측하기 힘든 자동차 사고에선 가해자에게 100% 책임을 묻는 사례를 늘리기로 했다.

27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협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동차 사고 과실 비율 인정 기준’을 개정해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과실 비율은 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사고 처리 비용 분담 비율을 뜻한다. 개정된 기준은 30일 손해보험협회 분쟁심의위원회에 접수되는 사고부터 적용된다.

 

중앙선 추월 차량 100% 사고 책임

우선 같은 차로에서 앞차를 추월하다 부딪치는 뒤차 운전자는 100% 책임을 지게 된다. 지금은 중앙선이 점선이면 앞차도 피해 금액의 20%를 부담하고 있다.

대기 차로에서 급하게 주행 차로로 이동하다 사고를 낼 경우에도 책임이 무거워진다. 좌회전 차로인 1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운전자가 직진 차로인 2차로로 급하게 끼어들다가 해당 차로를 따라 직진하던 차량과 부딪치면 앞으로 1차로 운전자가 100% 책임을 진다. 지금은 2차로 운전자도 피해 금액의 20%를 부담해야 한다.

직진과 좌회전이 동시에 가능한 교차로에서는 노면 표시를 위반해 무리하게 좌회전을 하면 안 된다. 노면에 직진 및 좌회전 표시가 있는 2차로에서 운전자 A가 직진을 하고, 바로 오른쪽에 직진만 가능한 3차로에서 B가 좌회전을 하다 부딪치면 B의 과실이 100%다.

유턴 사고는 경우에 따라 과실 비율이 다르다. 운전자 C가 ‘상시 유턴 구역’에서 유턴을 하다가 교차로 왼편에서 우회전하는 운전자 D와 사고가 나면 C와 D는 70 대 30으로 과실을 부담한다. 하지만 ‘좌회전 시 유턴 구역’에서 C가 좌회전 신호를 받아 유턴을 하다가 D의 차와 부딪치면 과실 비율이 20 대 80으로 역전된다. 신호를 준수하는 운전자를 우선시한 규정이다.

 

회전교차로 사고는 진입 차량 과실이 80%

일반 도로를 잘 달리던 운전자가 옆 차로인 자전거전용도로로 진입해 자전거 운전자를 치면 차량 운전자가 100% 잘못이다. 다만 원칙적으로 차량도 통행이 가능한 자전거우선도로에서는 자전거 운전자도 10%의 과실 비율을 분담해야 한다.

회전교차로에서는 운전자들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회전교차로로 진입하는 운전자 E의 차량과 교차로 안에서 회전하고 있던 운전자 F의 차량이 부딪치면 E와 F가 과실을 80 대 20으로 분담하게 된다. 보통 교차로 안에 있는 운전자에게 주행 우선권이 있지만 진입 차량을 주시할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두 운전자의 책임을 따지는 기준이 모호해 이번에 기준이 신설됐다.

구급차 등 긴급자동차와의 사고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직선도로에서 주행하던 일반 차량이 뒤에서 추월한 구급차 탓에 사고가 났다면 일반 차량 운전자는 사고 처리 비용의 60%를 물어야 한다. 구급차 운전자 과실(40%)보다 중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상 일반 차량 운전자는 긴급 차량에 양보할 의무가 있다.

물품을 싣고 달리는 차량 운전자가 물건을 떨어뜨려 사고를 내면 모두 본인 잘못이다. 고속도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에서 G가 직진하다가 앞에서 달리던 H 운전자 차량에서 떨어진 물건과 부딪쳐 사고가 나면 H가 100% 책임을 진다. 현재는 G도 40% 책임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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