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기차 4만5000대 판매… 코나-니로 앞세워 유럽서 급성장
벤츠-BMW-포드 등 주주로 참여한 유럽 초고속 충전업체에 공동투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친환경 자동차 전략이 유럽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면서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9위에서 5위로 껑충 뛰었다. 유럽 최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업체에 대한 투자에도 나서면서 친환경차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시장 조사 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1∼6월) 기준 6.5%로 지난해보다 2.4%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순위도 지난해 9위에서 테슬라(미국), BYD(중국), 르노닛산(프랑스-일본), 상하이자동차(중국)에 이어 5위로 급상승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4만5000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 가까이 급증했다.

현대차가 이처럼 성장한 배경에는 공을 들이고 있는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인 코나와 니로 등을 앞세워 올 상반기에 유럽 시장에서만 2만3000여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7000여 대)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한 규모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중국 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중국 전용 중형 세단인 라페스타의 전기차 모델과 셀토스 중국형 모델인 KX3의 전기차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강력한 친환경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유럽은 중국에 이어 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지역인 만큼 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유럽의 전기차 분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다. 5월에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업체인 ‘리막(리마츠)’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했다.

9일에는 독일 뮌헨에 위치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 업체인 ‘아이오니티’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이오니티는 2017년 11월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그룹 등 독일 완성차 3사와 미국 포드가 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합작사다. 초기 투자 기업 4곳 외에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처음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에 투자 금액을 밝히지 않았으나 다른 4곳과 똑같이 아이오니티의 지분 20%를 확보할 예정이다. 아이오니티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아이오니티는 현재 유럽 14개국 고속도로망에 350kW(킬로와트) 초고속 충전기를 갖춘 140여 개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했다. 2020년 말까지 충전소를 유럽 24개국 400여 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아이오니티의 초고속 충전기로 3분 충전하면 1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기아차 상품본부 부사장은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과 유럽 전역에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는 사업에 동참하는 것을 계기로 확고한 친환경차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날 에너지 기업 OCI와 전기차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북미 지역 상업용 태양광발전소에서 폐배터리 활용 ESS 실증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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