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출시 시기 거론은 처음
애플이 이르면 2024년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를 선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바퀴 달린 정보기술(IT) 기기’로 불리는 자율주행차 시장에 애플이 가세하며 차세대 자동차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이 2024년 획기적인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 등으로 핵심 부품 조달이 늦어져 실제 출시 연도는 2025년 혹은 그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공식 확인을 피했지만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1.24% 오른 반면 테슬라 주가는 6.5% 하락했다.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 시기가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이름 붙인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신설하며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7년 6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기차 개발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타이탄 소속 개발자를 수차례 해고해 애플이 ‘자율주행차를 포기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승객이 탈 수 있는 전기차를 2024년 출시하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에서 테슬라로 넘어가 신차 개발을 맡고 있던 더그 필드 부사장을 2018년 다시 영입하는 등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온 것이다.
애플 자동차의 핵심 전략은 자체 디자인을 적용한 배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화재 위험이 적은 대신 주행거리가 짧다. 애플은 배터리 재료를 담는 파우치 등을 없앤 ‘모노셀’ 디자인을 적용해 LFP 배터리의 주행거리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설명이다. 로이터통신은 “다음 단계 수준의 배터리 기술이다.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 같은 느낌이었다”는 관계자의 코멘트를 전했다.
국내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도 애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급격하게 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은 애플 입장에서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시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체질을 개선한 기존 부품업체가 많아 새로운 기업이 주요 자동차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점도 애플에 긍정적이다. 다만 제대로 된 사업으로 정착해 수익을 내기 위해선 연간 10만 대 이상 전기차를 제조·판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2003년 설립한 테슬라는 2019년에야 흑자를 냈다. 애플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러 완성차 업체가 자체 배터리 개발을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없다. 차량, 배터리 생산 등을 다른 회사에 맡길 텐데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석호 will@donga.com·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