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실내 공간 가진 전기차 세단
kWh당 4.8~6.2㎞ 높은 효율
전기차의 표준을 만들겠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전기차 세단 아이오닉 6은 전기차 시대의 대중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야심이 묻어나는 차량이다. 향상된 배터리 효율과 주행 성능, 넓은 실내 공간과 세련된 내외부 인테리어는 아이오닉 6가 전기차끼리의 경쟁을 넘어 내연기관차까지 압도하겠다는 현대차의 전략이 담겨 있었다. 20일 경기 하남시부터 가평시까지 왕복 약 120㎞ 구간을 시승했다.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아이오닉 6 롱레인지 모델의 프레스티지 트림이었으며, 20인치 타이어가 장착됐다.
차량에 오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넓은 실내 공간이었다. 아이오닉 6는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의 길이)는 2950㎜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2940㎜)보다 길었다.
아울러 평평한 바닥,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터널을 없앤 디자인, 다양한 수납 공간이 눈에 띄었다. 현대차 측은 그 동안 아이오닉 6의 실내를 누에고치를 연상시키는 ‘코쿤’형 인테리어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는데, 실내 공간이 넓은 만큼 안락한 느낌을 줬다. 다만 뒷좌석 천장이 낮아 체격이 큰 성인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인상도 받았다.
시승차에는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가 장착된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적용돼 있었다. 아이오닉 5 등에서는 별도 모니터가 장착돼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이오닉 6는 대시보드와 일체형으로 연결돼 디자인적으로 한층 완성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해상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아 다소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아이오닉 6는 53.0kWh 배터리가 장착된 스탠더드(기본)형, 77.4kWh 배터리가 탑재된 롱레인지(항속)형 등 2가지 모델로 판매된다. 스탠더드형의 복합 전비는 복합 킬로와트시(kWh)당 6.2㎞, 롱레인지형은 kWh당 4.8~6.0㎞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524㎞로 국내 전기차 중 가장 길다. 현대차 측은 주행에 나서면 주행거리가 더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여 왔는데, 실제로 시승 시 보여준 에너지 효율은 기대 이상이었다. 시승 차량의 전비는 kWh당 4.8㎞였는데, 기자가 기록한 전비는 kWh당 6.4㎞였다. 에어컨과 통풍 시트를 작동시키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에 휴대전화 무선 충전, 음악 재생까지 모두 가동시켰음에도 높은 에너지 효율을 보였다.
사전계약 5만 대 육박
전기차 대중화 기여 기대
음향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아이오닉 6에는 가상의 주행 음향인 ‘전기차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이 적용돼, 가속 시 ‘위이잉’하는 인공적인 소리를 냈다. 일각서 우주선을 탄 것 같다는 평가도 있지만, 소리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거슬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주행 시 주변 소음 차단 수준은 높은 편이었지만, 전기차 자체가 워낙 조용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더 개선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아이오닉 6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은 편이다. 사전 계약 첫날인 지난달 22일 국내 완성차 모델 중 역대 최다인 3만7446대를 기록했으며, 14일까지 4만7000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최초의 세단인 점, 아이오닉 5와 EV6의 성공 이후 ‘전기차도 탈 만 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점 등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아이오닉 6을 사전 계약한 김모 씨(54)는 “신형 그랜저를 기다렸는데, 최근 전기차를 지속적으로 접해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적용한 가격은 스탠더드 모델 익스클루시브 5200만 원, 롱레인지 모델은 △익스클루시브 5605만 원 △익스클루시브 플러스 5845만 원 △프레스티지 6135만 원 △E-LITE(이-라이트) 이륜구동(2WD) 5260만 원이다. 아이오닉 6는 국고 보조금의 100%를 적용받는 차량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