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로 쓴다면, 아이오닉은 모범답안이다.
아이오닉(IONIQ)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고 주유 없이 680km 정도를 주행했다. 그리고, 시승차를 반납할 때 남은 주행가능 거리는 250km 정도였다. 한번 주유를 통해 900km 정도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고, 발목 컨트롤만 잘 하면 1,000km 에 가까운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보였다. 정말 이 차의 장점은 뛰어난 연비이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들도 다 뛰어나지만, 아이오닉은 뛰어난 연비와 편의성, 공간 등을 통해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에 꽤 괜찮다는 평가를 할 수 있었다. 디자인은? 솔직히 신경 안쓰게 되었다. 연비가 좋으니깐 용서가 된다고 할까?
재미보다는 실용성
아이오닉을 갖고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논하기에는 힘들다. 애초에 만들어진 목적 자체가 배터리와 가솔린 엔진을 통해 뛰어난 연비를 얻기 위한 차량이니깐 말이다. 다이나믹한 퍼포먼스와는 거리가 멀다. 솔직히 스포츠(SPORT)모드로 놓고 과감히 주행을 해봐도 연비를 리터당 20km 아래로 떨어뜨리기 힘들었다.
카파 1.6 GDi 엔진(105hp, 15.0kg.m) 에 32kW(43.4hp, 17.3kg.m)의 전기모터가 더해져서 정숙성과 함께 출력의 아쉬움은 없었다. 다이나믹한 주행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점을 감안하고서도 제법 꽤 단단한 섀시의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타이어는 연비를 위한 타이어로 뛰어난 그립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지만, 서스펜션과 섀시의 조합이 나름 괜찮은 핸들링 감각을 보여주었다. 기본성능은 일단 괜찮게 만족시켜주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얌전한 주행을 하게 된다. 이 차량의 진짜 연비가 얼마나 나올지도 궁금하기도 했지만, 폭발적인 가속력이 없기에 일단은 그냥 여유있는 주행습관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연비가 워낙 잘 나와서 저절로 안전운전을 하게 되었다. 사실 딱히 연비운전이라고 할 것 없이 규정속도도 지키고, 가끔 추월하면서 스포츠모드로 풀악셀도 쳐봤지만, 20km/L 아래로 연비가 떨어지기 힘들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연비였다. 그렇다면, 다른 실용성은 어떨까?
의외로 만족스러운 실내공간
일단, 트렁크의 공간이 만족스러웠다. 짐을 싣고 내리기에 괜찮은 높이였으며, 의외로 큰 트렁크 용량과 함께, 2열의 공간은 아반떼와 비슷했다. 아이오닉 특유의 라인 때문에 키가 큰 사람을 타고 내릴 때에 머리가 살짝 닿을 수 있지만, 그래도 레그룸은 괜찮게 나오는 편이었다. 타는 내내 별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공간 괜찮네. 편의사양도 좋네. 연비 좋네. 그냥 이 정도였다. 뭐랄까, 꽤 가성비 좋은 도시락을 먹는 느낌이었다. 맛이 없지는 않지만, 고급 음식은 아니였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는데, 영양도 풍부하게 다 갖춰져 있는 그런 구성의 도시락 말이다.
연비는 만족, 주행질감은?
일단, 상당히 조용했다. 시동을 걸면 전기모터로 움직이기 시작하다보니 바로 엔진이 움직이지는 않아 더욱 조용하다. 그리고 상당히 조용한 실내는 후륜의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함께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여주었다. ‘어? 꽤 부드럽네?’ 하면서도, ‘어? 꽤 단단하네?’ 라는 생각이 드는 세팅이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전용 DCT 는 일반적인 DCT 가 보여주는 수동변속기다운 ‘덜커덕’ 하는 체결감보다는 일반 자동변속기의 부드러움이 더 많이 느껴졌다.
사실, 현대자동차의 성장은 가끔 보면 놀랄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효율좋은 DCT 를 사용하면서 변속감이 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해서 마음에 들었다. 넓은 실내공간과 트렁크. 부드러우면서도 불편함 없는 승차감과 제법 정직한 스티어링휠의 조작감이 꽤 높은 수준의 핸들링 감각을 보여주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차는 어떤 사람에게 추천해볼만 할까? 생각을 하다가 아이들 픽업용, 혹은 출퇴근용 차량 등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계기판의 8인치 디스플레이의 그래픽도 꽤 마음에 드는데, 10.25인치의 내비게이션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과 함께 사용하기에도 너무나 편해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터치식 공조버튼과 각종 세팅버튼들이 조금 아쉬웠다. 물리버튼을 그대로 사용했었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센터페시아에 지문이 묻는게 사실 싫었다.
이런 기능들이 다 들어가 있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2,242만원~2,693만원(세제혜택 후 가격) 으로,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을 보여준다. 그런데,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하이패스, 운전석 자세 메모리 시스템, JBL 사운드 시스템, 듀얼 공조시스템, ECO-DAS(Driving Assistant System), 오토 디포그, 운전자 주의 경고, 주행 중 후방영상 디스플레이, 차로유지 보조 기능 등 다양한 첨단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운전을 하면서 불편한 것들이 딱히 없었다. 오히려 다른 차를 타보고서는 아이오닉을 탈 때 편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곤 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스포츠카가 아니며, SUV 도 아니다. 이 차의 목적은 장거리를 편하게, 적당한 짐도 싣고 다닐 수 있고, 공인연비 22.4km/L 를 통해 유지비 부담에서 어느정도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배터리가 고장나면 어쩌지?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배터리 평생보증과 10년 20만km 무상보증(하이브리드 전용 부품) 이 가능하다. 그래서 더 차량유지에 큰 걱정이 들지 않는다. 정말 현실적인 데일리카라고 할 수 있다.
총평 : ★★★★★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이 차의 목적에 맞춰 잘 만들어졌다. 꽤 넓은 실내공간과 트렁크 용량. 1회 주유로 1,000km 에 가까운 주행거리를 보여주는 엄청난 연비와 각종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은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거나, 아이들 픽업 및 마트에 장보러 가는 등 실용성이 매우 강조된 모델이면서, 적당히 좋은 승차감과 핸들링 감각까지도 두루 잘 갖추고 있다. 점수를 높게 준 것의 기준은 바로, 데일리카로서의 만족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스포츠카와 비교하면 출력이 아쉬울 것이고, SUV 와 비교하면 트렁크 용량 등이 아쉽겠지만, 그런 용도가 아닌 차량이기에 일반 데일리카로서,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탈것 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현실적인 데일리카로 충분히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추가사진>
Yongdeok.H
RGB stance
자동차와 자동차 문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