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를 만들지 말라는
그린피스의 이상한 메시지
현대자동차가 수소차데이를 통해 수소사회를 앞당긴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너지의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수소사회의 전환은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위기를 막고, 새로운 일거리 창출 등 수소사회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현대자동차에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현대자동차에게 ‘느림보’ 라는 비판과 함께, 수소차는 에너지 효율이 낮아 전기차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맞는 말일까?
지난 9월 8일 그린피스는 서울 한강변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비전에 대해 탈내연기관 발표가 현실과 거리감이 있으며, “이렇게 느려서는 기후를 구할 수 없다. 내연기관차와 그레이 수소 중단하라!(Too slow to save the climate, No gasoline No gray hydrogen)” 이라는 메시지를 초대형 달팽이 풍선에 달아 띄우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리고, 현대차가 2035년 유럽에 이어 2040년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2045년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현대차의 발표가 뒷북대책이라며, 현대차의 ‘수소의 물결(Hydrogen Wave)’ 메시지가 잘못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했는데, 전 세계 수소의 95% 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에서 만들어지며, 에너지 효율이 전기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수소사업을 접고 재생가능한 모빌리티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과연 그린피스의 말은 맞는 것일까? 우선, 그린피스가 말하는 ‘그레이 수소’ 가 무엇이며, 정말 수소가 화석연료의 대부분에 기반하고 있는지, 경제성은 없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레이 수소는 뭘까?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서 그린, 그레이, 브라운, 블루수소 등 4가지로 구분되는데, 그레이 수소는 그린피스가 말하는대로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천연가스를 고온 및 고압의 수증기와 반응하는 개질수소 및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모으는 것을 그레이 수소라고 부른다. 하지만, 수소의 생산방식은 그레이 수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한 친환경 수소를 말하며, 블루수소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을 접목하여 그레이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수소를 말한다.
브라운 수소는 갈탄 및 석탄을 태워 생산하는 개질수소를 말한다. 이 가운데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방식은 그린수소로, 생산단가가 가장 높은 편이다. 때문에, 그레이수소 및 브라운 수소가 수소생산에 있어서 기존의 석유화학 및 철강 공정 등에서 쉽게 생산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그리고, 블루 수소는 그레이수소나 브라운 수소에 비해 경제성은 물론,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으로 최근 들어 크게 주목받고 있는 수소 생산방식이다. 참고로, 수소를 생산하는 국내업체들은 한국가스공사와 포스코(POSCO) 및 SK E&S 등이 있다.
수소 생산 비용은 어떻게 될까?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소진영 박사에 의하면, 현 시점에서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식은 CCS를 적용한 블루 수소로, 천연가스 개질의 경우 국가별로 $1.34~$2.91/kg 이며, 석탄 가스화 기반의 경우 $2.51~$3.34/kg 다. IRENA는 블루수소의 비용은 조금씩 상승하는 반면, 수전해 설비의 CAPEX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 등으로 인해 그린수소의 생산단가가 2030년에는 2020년 대비 62%까지 하락하고, 2035년에 그린수소가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그린수소에 낙관적인 BNEF(2021)는 그 시기를 2030으로 보고 있는데, 2050년에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26개 국가에서 수소 생산비용이 약 $1/kg, 혹은 그 미만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약 $1.5/kg 정도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높은 것이 생산단가가 비교적 높은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그린피스가 주장하는 수소의 생산방식이 화석연료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맞지만, 그렇다고 그런피스가 주장하는 전기차(BEV)에 사용되는 전기의 생산 역시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린피스의 주장은 앞뒤가 살짝 맞지 않다. 그리고, 그린피스 뉴질랜드 지부에서는 수소비전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국내 그린피스와는 사뭇 다른 온도차를 보여준다. 뉴질랜드의 그린피스에서는 일단, 화석연료에서 수소생산을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공통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심스럽지만 뉴질랜드의 정책을 조심스럽게 환영을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내용을 갖고는 있지만, 수소비전에 대해 지지하고 있다는 의견이다보니, 수소를 반대하는 국내 그린피스와는 온도차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과연 수소사회는 국내 그린피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성이 없을까?
수소경제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는 수소산업의 잠재력이 매우 높지만, 여전히 기술적 완성도가 성숙되지 못한 단계라는 것을 지적하고, 수소모빌리티와 수소충전 인프라, 수소에너지 분야의 산업들에 대해 지속적인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수소분야 R&D 에 4,561억원의 투자를 5년간 지속할 것이며, 매년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2040년이면 수소의 생산량을 연간 526만톤, kg당 3,000 원 수준 혹은 그 이하의 가격으로 달성하기 위해 수요확대 및 대량생산을 위해 정책적으로도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국가적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2050년 정도 수준이면, 수소는 kg 당 천원대의 가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 경제성은 충분해 보인다. 각나라별 연료에 세금을 붙이는 방식은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수소는 화석연료와는 달리, 고갈될 우려나 지역적 편중이 없으며, 환경에 무해하고, 특정 시간대에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와 달리, 지속적 생산과 발전이 가능하며, 에너지 저장 및 운송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따른 일거리 창출 역시 기대 할 만하다. 수소사회로 전환될 경우, 2050년까지 최소 3천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3,000조원에 달하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스톡홀름환경연구소(SEI)의 궤세 메테(Gokce Mete) 사무총장은 2050년에는 수소와 전기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철강공정 단가 역시 기존의 석탄/가스 중심의 철강생산보다 저렴해질 것이라고 강조해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뛰어난 경제성을 확인해주었다.
그리고, IEA 와 IRENA 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 수요는 2020년 8,700만톤에서 2050년 5억 3천만톤으로 약 6배 정도 증가할 전망인데, SK E&S 에서는 오는 2025년까지 총 28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국내 수소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역시 수소모빌리티의 가격을 점차 낮춰나갈 것으로, 처음 수소전기차를 연구할 때의 가격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추고 있다.
이는 참 당연한 것이 지금 내연기관 차량들이 1년에 약 1억대 생산될 때, 전기차는 400~500만대 수준이기 때문에 비싼 것인 만큼, 수소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가격은 저렴해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2015년 파리협약 이후 전 세계는 탄소중립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한 두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수소산업의 밸류체인은 지리적으로 한 나라에 국한되기 쉽지 않으며, 수소의 생산과 저장, 이동 뿐 아니라, 활용분야까지 산업의 범위가 매우 넓어 한 기업이나 국가간 기술독점이 어려운 만큼, 기업간 전략적 제휴와 국제적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저장 및 운송분야에 있어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한데, 정보화혁명 만큼이나 수소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수소 모빌리티 및 수소 R&D 에 국가적 운명이 걸려있기도 하다.
이렇게 수소자동차와 수소경제의 미래 성장가능성과 경제성은 매우 높다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지금은 맞을 수 있어도, 2030년 이후에는 알 수 없을 일이다.
전기차가 수소차보다
효율이 높다?
그린피스가 이야기하는 수소차의 효율이 전기차보다 낮다는 것 또한 이해하기 힘들다. 일단, 앞서설명한 것처럼 아직은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나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있어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린피스가 이야기하는 효율은 전기차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에서 생산되는 전기 그대로 충전해 사용하기 때문에 최종 에너지 효율이 86% 정도로 높으며, 수소차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효율이 41% 정도에 그친다는 식의 비교를 하고 있다. 모빌리티를 사용하는 환경에 따른 구분과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의 생산방식에 따른 효율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교이다.
오히려 수소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보관과 운송에 따른 장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준낮은 비교라고 할 수 있다. 전기충전을 위해 설치해야 하는 수많은 전력망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는 완전히 빠져있는 것이다. 또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특성 탓에, 에너지의 보관이라는 패러다임에 있어 수소가 보여주는 에너지 저장의 용이성은 간과한 것이다.
또한, 두 차량은 많은 차이점이 있다. 수소차의 경우 장거리 수송에서 배터리로 가는 전기차보다 훨씬 더 유리한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긴 주행가능거리를 가진 전기차일수록 배터리의 용량이 커지고 무거워지게 된다. 그에 따라 타이어의 마모도 더 커지는 단점이 있어서 꼭 전기차의 효율이 수소차보다 높다고 할 수 없다. 심지어 수소전기차는 아직 한참 연구개발할 것이 많은 차량이기에 지금의 효율성만을 갖고 따지기에는 억지가 많이 따른다. 아직 기어다니는 어린아이에게 뛰어다니지 못한다고 혼내는 꼴이다.
감정적 접근보다는
이성적인 주장이 필요하다
그린피스는 현대차가 2040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에 대해 다른 지역 시장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했는데, 전기차 및 수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까지 현대차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 듯 하다.
물론, 기후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자 인류의 도전과제이다. 그러한 도전을 위해 R&D 등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지금, 수소차의 에너지 효율이 낮으니 만들지 말라는 것은 맞지도 않으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전기차에만 집중하라는 말은 경제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린피스에게 대안없는 비판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의 역할이 지적을 하고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에 치우친 김빠지는 이야기는 지양했으면 싶다. 편협하고 감정적인 비판보다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비판을 해주었으면 싶다. 그린피스 일본이 토요타에게 수소차 개발을 접고 전기차에 집중하라고 요구하지 않은 것처럼, 그린피스 뉴질랜드가 뉴질랜드의 수소경제 비전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환영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Yongdeok.HRGB stance
자동차와 자동차 문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