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행동을 강조하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서 그냥 ‘잘 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정애 환경장관
“이달중 공식 선언”

삼성전자 포스코 KB국민은행 롯데렌터카 등 국내 50여 개 기업이 2030년까지 회사 차량을 100%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꾼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 캠페인을 통해 회사가 구매하거나 임차하는 차량을 단계적으로 모두 무공해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EV100은 2017년 유엔 총회에서 시작된 캠페인으로, 코카콜라 이케아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2030년까지 삼성전자등
회사차 전체 전기-수소차로 변경

한정애 환경부 장관(사진)은 지난달 26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K-EV100 추진 상황을 설명하며 “기업이 법인차량을 무공해차로 바꾸는 건 녹색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이달 중 정부와 참여 기업들의 공식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며 “탄소중립을 향한 수송부문의 변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약 1800대, 포스코는 약 500대의 법인차량을 운용 중이다. 정부는 참여 기업에 무공해 법인차량 구매 보조금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개인에게 우선 지원돼 법인이 지원을 받기가 어려웠지만 올해부터 보조금 예산의 40%가 법인 및 기관용으로 배정됐다.

 

내연기관차 생산종료 시기
연내 확정, 탄소중립 로드맵도 마련

 한정애 환경부 장관 인터뷰 

“미국 텍사스 한파 같은 극단적 이상기후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만난 한정애 장관(56)은 얼마 전 미국을 덮친 한파 이야기부터 꺼냈다. 한 장관은 “극단적 상황에 가서 행동을 바꾸면 늦다”며 “고민할 시간은 끝났다. 이제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월 22일 취임한 한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3선 의원이다. 8년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했고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다. 인터뷰도 탄소중립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됐다. 특히 한 장관은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 캠페인을 설명하면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수소차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며 “전환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기술은 다른 산업의 탈(脫)탄소 과정에 엄청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EV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50여 개 기업은 이달 안에 2030년까지 모든 회사 차량을 무공해차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운다.

한 장관은 “이 기업들은 인센티브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기업 내부에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K-EV100 선언식을 열 계획이다. 수송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연료 배출량의 13.5%, 초미세먼지(PM2.5)는 전체 배출량의 13.8%를 차지한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분야다. 무공해차 산업은 세계적으로 성장세를 보이지만, 한국은 특히나 속도가 빠르다. 한 장관은 “10년간 국내 보급된 전기·수소차가 17만9000여 대인데, 올해 보급될 물량은 13만 대가 넘는다”며 “수소차를 1만 대 넘게 보유한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올해 2050년 국내 차량의 100% 무공해차 전환을 목표로 한 ‘수송 부문 미래차 전환 전략’도 내놓는다. 한 장관은 “국내 내연기관차 생산 종료 시점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내연기관차 생산 종료를 선언한 다른 나라와 자동차 제작업체의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며 “개발과 생산 속도가 빠른 승용차 부문과 아직 더 많은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용차 부문으로 나눠 (종료 시점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2년째로 접어들고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올해는 환경 문제가 가장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4월에는 미국이 주관하는 세계기후정상회의, 5월에는 한국이 주최하는 P4G 정상회의(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등이 열린다. 11월에는 영국에서 COP26(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예정돼 있다. 한 장관은 “기후위기 시대에 제대로 된 계획서를 써 내는 과정들”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안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줄이겠다는 내용의 NDC를 유엔에 제출했다. 이후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목표’라는 지적이 나오자 ‘임기 내 NDC가 상향 조정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 장관은 “COP26은 세계 각국이 개선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발표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제대로 천명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볼보, 2030년 순수 전기차 회사로 탈바꿈

이전 글자율주행 레벨별 차이? 쉽게 정리했어요
다음 글EV와 PHEV 동시보유 오너가 느끼는 두 구동방식의 장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