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자동차 초기 불량으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작된 ‘레몬법’. 그러나 까다로운 조건과 브랜드별로 다른 시행 시점에 정작 소비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한국형 레몬법’, 조금 더 알기 쉽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레몬법’이 뭐죠?
레몬법은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를 편히 일컫는 말입니다.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오렌지를 닮은 신 레몬이었다’라는 비유에서 유래됐습니다. 값비싼 자동차에 문제가 생겨도 일반 소비자들은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전문 지식이 요구되며 거대 기업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는 이렇게 구제받기 어려운 사회구조에서 피해를 보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작됐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역사를 가진 법이기도 합니다.
‘한국형 레몬법’은 어떻게 시작됐나?
국내서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의 움직임은 2016년 7월 법안 발의로부터 시작됩니다. 이후 2017년 9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부터 시행되었죠. 물론 이전에도 자동차의 결함 문제로부터 소비자 보호 수단은 있었습니다. 역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맡았습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강제력이 없었습니다. 일종의 권고에 지나지 않았죠. 막강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무상 수리’ 수준에서 타협했고, 힘 없는 소비자는 마땅한 길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억울함을 표하는 현수막을 걸거나 골프채로 새차를 부수는 사건들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 근거는?
그렇다면 이제 레몬법이 시행됐으니 완전히 해결됐을까요?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는 자동차 관리법을 뿌리로 둡니다. 국회를 통과한 후 2017년 10월 자동차 관리법이 일부 개정되어 ‘제5장의 2 자동차의 교환 또는 환불’의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이 조항에는 자동차 교환· 환불을 받기 위한 조건과 절차, 판단을 내리는 중재부 구성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강제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바로 교환·환불의 요건을 살펴보면 말이죠.
만만치 않은 중재 절차
요건을 갖췄다고 모두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 소유자는 국토부 자동차 안전 하자 심의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해야 합니다. 중재 신청이 들어오면 법학, 자동차, 소비자 보호 분야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50인 이내의 위원회 중 3인이 중재부로 선정됩니다. 이중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만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중재 결정은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자동차 제작사는 반드시 결정 사항을 이행해야 합니다.
법은 시행, 제조사들은 아직?
위에서도 살펴봤듯이 하자가 있는 차를 교환 또는 환불을 받으려면 조항이 포함된 서면 계약서를 통해 차를 구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동차 구매 계약서는 제조사마다 다릅니다. 즉 교환·환불 조항을 넣는 것은 제조사의 선택이며 강제 조건이 아닙니다. 때문에 아직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먼저 현대자동차그룹과 볼보코리아는 개정안 시기에 맞춰 1월 1일부터 ‘레몬법’을 적용했습니다. BMW그룹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닛산인피니티코리아, 한국토요타는 뒤늦게 합류했지만 1월 1일로 소급 적용 방침을 공개했죠.
르노삼성과 쌍용은 2월부터 계약서에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한국지엠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4월 계약자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푸조와 시트로엥 DS를 판매하는 한불모터스는 6월 계약분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4월 동참을 결정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은 상태. 이외 수입차 브랜드의 ‘레몬법’ 도입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 ‘한국형 레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아직은 모든 브랜드가 동참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의 길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죠. 다양한 소비자 권익 단체에서도 ‘레몬법’ 동참에 목소리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예외없는 제도화에 기대를 걸어 보겠습니다.
고석연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