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역대 최대 776억 과징금
환경부 “인증 취소… 리콜 명령”

 

벤츠와 닛산, 포르쉐의 경유차에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적발됐다. 국내에서 벤츠가 배출가스 조작으로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과징금 중 역대 최대인 776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닛산과 포르쉐코리아에도 각각 9억 원, 1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릴 방침이다.

 

 

벤츠-닛산-포르쉐 경유차 14종
미세먼지 물질 최대 13배 배출

 

환경부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벤츠와 닛산, 포르쉐가 국내에 판매한 경유차량 14종 4만381대에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6일 밝혔다. 환경부는 해당 차종의 인증을 취소하고, 제조사에 결함시정(리콜) 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형사 고발할 방침이다.

이번에 적발된 벤츠의 C200d 등 12종 3만7154대는 인증시험 때와 달리 실제 주행할 때 질소산화물 배출이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이 줄고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작동이 중단되게끔 설정돼 있었다.

SCR는 배기관에 요소수를 분사해 경유차가 달릴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이 물과 질소로 환원하는 역할을 한다. 요소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질소산화물 배출이 늘어난다. 또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에 재유입시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EGR도 작동하지 않았다. EGR 조작은 지금까지 대부분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에서 사용된 방식이다. 해당 조작으로 질소산화물이 인증 기준보다 최대 13배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닛산 캐시카이(2293대)와 포르쉐 마칸S디젤(934대)에서 확인된 불법 조작은 유로5 기준(2009년 9월 이후 유럽 배출 허용 기준)을 적용한 차량에서 확인됐다. 두 차종 모두 기존 유로6 기준(2014년 9월 이후) 차에서 사용하다 적발된 프로그램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 이번에 추가로 적발됐다. 닛산은 일정 운전 조건에서 EGR 작동이 중단되도록, 포르쉐는 EGR 가동률이 줄어들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었다.

국내에서 경유차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적발된 건 2015년 11월 아우디폭스바겐의 경유차 15종을 시작으로 이번이 일곱 번째다. 인증시험 통과를 목적으로 한 프로그래밍 조작이 적발되자 환경부는 2017년 9월부터 인증시험에 실외 도로주행을 추가하고 실내 인증시험도 연속성이 없게 바꿨다. 대기환경보전법을 두 차례 개정해 배출 조작에 부과하는 과징금을 차종별 최대 10억 원에서 최대 500억 원으로 강화했다. 2015년 11월 대규모로 적발된 아우디폭스바겐(12만5000대·과징금 141억 원)보다 이번 벤츠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가 훨씬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수입사들은 45일 이내 환경부에 결함시정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이후 해당 차량 소유자들은 리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기능을 사용한 데에는 정당한 기술적, 법적 근거가 있었다”면서 “환경부의 발표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추후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8년 독일 정부도 같은 이유로 벤츠에 문제 제기를 했으며, 벤츠는 당시에도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강은지 kej09@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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