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포니 쿠페’ 부활
거장 주지아로 직접 나선다
‘비운의 숨겨진 영웅’ 현대자동차 포니 쿠페 콘셉트카가 원작자 조르제토 주지아로 손으로 재탄생한다. 50년 전 포니를 직접 설계한 주지아로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거장이자 현대차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현대자동차는 24일 경기 용인시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서 ‘주지아로 디자인 토크쇼’를 열고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부사장과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이 참석해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와 포니 쿠페 콘셉트카 개발 과정과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은 “1974년 포니 쿠페 콘셉트카가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앞선 디자인에 감탄했다”며 “당시에는 스포츠 쿠페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부족해 양산차로는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포니 쿠페 관련 자료는 아쉽지만 사진 몇 장과 도안으로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도 “과거를 존중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주지아로 디자이너에게 복원 작업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로서,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 2세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지아로는 이날 50년 전 시작된 현대차와의 인연을 여전히 생생하게 떠올렸다. 그는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1973년 이탈리아 토리노에 직접 찾아왔다”며 “양산할 수 있는 자동차 디자인을 요청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산에서 현대가 큰 배를 건조하고 있었다”며 “그걸 보고서 현대차가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국은 자동차 산업을 막 시작하는 단계여서 제반 시설이 변변찮아 디자인 작업에 상당한 제약이 따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니 헤드라이트는 직사각형 형태였다가 부품 공급의 어려움으로 원형 램프로 교체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4년 모터쇼 데뷔 이후 포니 양산까지는 2년 만에 이뤄졌다. 주지아로는 “1973년에 시작해 8개월 만에 약 50명의 현대차 엔지니어와 함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기적같은 일을 해냈다”며 “창업주가 정말 천재고 훌륭한 업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첫 독자생산 모델인 포니와 함께 선보인 포니 쿠페 콘셉트는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으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7월 처음 공개돼 전세계 미디어와 고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도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이상엽 센터장은 “첫 고유 모델인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는 전동화와 모빌리티 시대 새로운 도전을 앞둔 현대차에 커다란 정신적 유산”이라며 “정주영 선대회장의 도전정신과 임직원의 열정을 되짚어 보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주지아로는 이번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에 예전 방식을 그대로를 사용한다. 주지아로는 “복원은 과거로 돌아가는 작업이지만 보다 발전된 포니 쿠페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포니는 다음달부터 GFG 스타일과 공동으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내년 봄이면 실물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현대차의 과거 50년 전 출발이 포니였다”며 “포니 쿠페는 현대차의 헤리티지를 품은 영적인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