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60
어떤 차이가 있는거지?
제네시스(Genesis) 라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나온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사용한 전기차 GV60 을 시승해봤다. 너무 높은 기대를 했던 탓일까? 좋긴 좋은데, 엔트리급 차량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좋다. 그런데,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오닉 5 와 기능상으로 따지자면 부스트 모드를 제외하고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물론, 숨어있는 디테일과 혁신적 기능들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디자인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다.
엔트리 SUV, GV60
사실, 컨셉트카였던 제네시스 ‘민트’ 를 생각하면서, 미니같은 작은 사이즈의 해치백 정도의 전기차를 기대했었다. 아담하면서 도심에 어울릴만한 심플한 디자인 말이다. 제네시스 GV60 은 컨셉트카 ‘민트’ 에서와 달리 엔트리급 쿠페형 SUV 로, 역동적이면서도 공기저항 등을 고려한 디자인과 럭셔리 브랜드다운 볼륨감 있는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
전면부의 쿼드램프는 제네시스만의 시그니처를 잘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신규 크레스트 그릴은 뭔가 아직 적응이 잘 되지 않긴 한데, 고전압 배터리의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능적 디자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클램쉘(Clamshell) 후드는 후드와 휀더를 하나의 패널로 구성해 깔끔한 디자인을 완전해내고 있다.
전면부와 달리, 후면부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편이다.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절제된 듯한 투 라인 테일램프가 눈에 띄고, 쿠페형 루프 끝단의 리어 윙 스포일러가 고성능 EV 의 이미지를 강조해주고 있다.
비슷한 듯 다른 실내
GV60 의 실내 디자인은 전체적인 큰 레이아웃만 따져보면 아이오닉5나 EV6 가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여백의 미를 바탕으로 새롭게 고급스러운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크리스탈 스피어(Crystal Sphere)’ 다. 구 형상의 전자 변속기는 시동이 꺼져있을 때와 켜져있을 때 각각 회전하면서 새로운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뭔가 조금 더 기능적인 요소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긴 하다. 뭔가 차량과의 교감이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말이다.
플로팅 타입의 콘솔은 꽤 멋진 디자인이지만, 실용성은 아쉽다. 아이오닉 5의 유니버셜 타입의 콘솔을 경험해보고 나니, 고정형의 콘솔은 전기차에서 공간 구성에 있어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GV60 이 보여주는 편의사양들과 테크놀로지는 혁신적이었다.
그 중, 얼굴을 알아보고 문을 여는 페이스 커넥트와 지문 인증 시스템 등은 놀라울만한 기능이었고 V2L 기능과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 등은 운전을 편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부스트 모드를 포함한 주행성능 등은 꽤 탁월했다.
정제되고 자극적인 퍼포먼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를 사용해 실내공간활용이 좋아진 것도 있는데, 퍼포먼스 부분에서도 꽤 만족스러웠다. 시승했던 퍼포먼스 AWD 모델은 전후륜 합산 320kW(약 429마력)이며, 부스트 모드 사용시에는 360kW(약 482마력) 에 최대 토크 700Nm 의 성능을 발휘하면서 괴물같은 가속력을 보여준다. 이런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든다. 그리고, 승차감은 아이오닉 5 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감성을 보여준다. 주행거리는 380~400km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이 정도라면 웬만한 거리를 다니기에는 아쉬움이 없는 정도다.
편안하게 다니다가도 마음껏 빠르게 달리고 싶을 때에는 또 그렇게 해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감추고 있다는 점은 정말 마음에 드는 요소 중 하나다. 코너에서도 롤을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잘 잡아주는 안정감과 함께, 요철을 넘을 때의 부드러움은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듯 하다. 여기에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 도 큰 역할을 하는데, 노면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알맞게 배분하여 안정적인 주행감을 끌어올려준다. 이와 함께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 기능으로 정숙성까지 더해준다. 이 부분은 아이오닉5에는 없는 기능이다. 이건 좋다.
총평 : ★★★★☆(4.5/5.0)
전기차에서 더욱 중요해져가는 것은 패키징과 레이아웃이다. 내연기관 대비 설계자유도가 높아져가고, 실내 공간을 어떻게 뽑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하물며 플랫폼이 같은 차량들은 느낌이 더 비슷하다. 부스트 모드 같은 퍼포먼스 기능 역시 중요하고, 럭셔리 브랜드다운 승차감도 중요한데, 어떤 레이아웃, 어떤 패키징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다. 몇가지 기능 외에 GV60 이 아이오닉 5 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는 하기 힘들겠다. GV60 은 좋다. 그런데, 그 좋다는 차별점을 크게 느끼기에는 아쉽긴 하다. 승차감, 편의사양 등 좋긴 한데 특별한 레이아웃이 없다. 아직 헤리티지도 부족한 제네시스에게 있어서 조금은 더 과감히 도전해봐도 좋지 않을까?
참고로, GV60 의 전기차 보조금은 GV60 스탠다드 2WD 19인치 기준 350만원의 국고보조금과 함께, 지자체 보조금이 더해지더라도, 100%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다. 차량 가격도 이미 스탠다드 2WD 기준으로 아무 옵션을 넣지 않더라도 6,300만원이 넘어간다. 실속을 차려 보조금 100% 와 공간 레이아웃이 뛰어난 차량을 고르거나, 조금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고, 브랜드 가치와 감수성을 한스푼 더한 차량을 고를지는 개인의 몫이다.
Yongdeok.HRGB stance
자동차와 자동차 문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